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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체류보장 없이는 이주아동문제 못풀어"

[공청회]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 청원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2만명 가량의 이주노동자 자녀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하는 입법안이 추진되고있다. (가칭)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이 그것인데 이 법안의 골자는 △국내에서 출생한 이주아동의 영주권 보장과 △국내에서 출생하지는 않았지만 3년이상 체류한 이주아동의 영주권 보장 등이다.

그러나 이주아동에 대한 이러한 권리보장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이주아동들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있는 부모들에 대한 체류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르고있다. 즉 이주아동의 부모들 대부분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인데 이들에 대한 체류보장(체류기간 연장 등 일련의 합법체류방침)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주아동들의 인권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안의 열쇠를 쥐고있는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은 “솔직히 이주아동에 대한 영주권 허용도 힘든데 어떻게 그 부모까지 합법체류로 전환시키겠냐”는 입장이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를 비롯해 종교.사회시민단체로 구성된 ‘이주아동합법체류보장촉구연대’는 1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안 공청회를 갖고 정치권의 법 제정을 촉구했다.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이주아동권리보장법' 입법청원 공청회에 50여명의 이주아동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코리아포커스


국내 출생 이주아동, 3년이상 체류아동에 대해서는 영주권 허용해야

법안은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보장하는 영주권 허용 기준으로 △국내에서 출생한 이주아동(6조1항) △국내에 3년 이상 체류한 이주아동(6조2항) 등 두 가지 경우를 들고있다. 아울러 국내 체류 18세 미만의 미성년 이주아동에 대해서는 단속과 보호조치를 하지않는다(7조1항)는 것도 법안에서 담고있다.

한편 이번 법안은 위와같은 이주아동의 체류보장 문제 이외도 이주아동의 실질적인 인권개선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있는 이주아동의 교육권과 의료권 보장을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을 의무규정으로 두었다.

법안 제10조 ‘아동관련법 적용’에 따르면 ‘이주아동 가정에 대하여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기초 건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10조 1항)는 규정과 ‘미취학 빈곤 이주아동에 대하여 보육료를 지원하다’(10조 2항)는 규정을 두어 이주 아동의 정상적인 성장을 유도하도록했다.

또 이주아동권리위원회를 두어 이주아동과 관련한 전분야 통계수집, 정기적 모니터링, 문제 분석 등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규정도 이 법안은 명시하고 있다.

ⓒ코리아포커스


“부모가 숨어사는데 아동 혼자서 무슨 체류냐...”

그러나 이러한 법안의 내용을 두고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의심된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있다. 즉 이주아동을 실직적으로 보호하고 양육하는 그 부모들이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인데 어떻게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주아동에 대한 영주권 허용으로 체류보장이 해결된다해도 불법체류자인 부모들이 출입국 관리 단속반에 걸려 국외로 추방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이야기다.

실제로 사실혼 관계에 있던 이주노동자 부모 아래서 태어난 한 아기가 국내 보호시설에서 1년이상 부모없이 자라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남자가 여자를 떠나 미혼모 상태로 남게 된 아기의 엄마가 아이를 보호소에 맡겨둔 채 일하러 갔다가 단속에 걸려 강제출국 당한 것이다. 그는 현재 본국으로 추방된 후 1년 넘게 재입국이 어려워 한국에 아기만 남겨둔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러한 실례처럼 이주아동에 대한 영주권이 보장된다해도 단속을 피해 숨어다니는 부모들의 체류보장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주아동에 대한 전반적인 인권상황은 크게 개선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주아동의 교육권에 있어서도 아무리 이주아동의 초,중등학교의 입학이 보장된다하더라도 그 부모들은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아이의 학교에 찾아가거나 아이가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시 여느 한국인 부모처럼 학교에 가서 항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공청회에 참석했던 홍승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법안의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면서 “이주아동문제는 그 부모인 이주노동자들의 문제와 분리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홍 최고위원은 “이주아동의 부모들에 대한 합법체류 보장이 함께 추진되어야 이주아동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리아포커스


최소한 자녀를 둔 불법체류자는 체류연장 해 줘야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불법체류자인 이주아동의 부모들에 대해 체류보장, 즉 합법체류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절충점을 내놓고 있다. 20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국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중 현재 국내에서 이주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들에 대해서만이라도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자는 것이다.

현재 이주노동자 단체에서 추정하고 있는 국내 이주아동이 2만여명이기 때문에, 자녀 1인당 부모2인으로 단순 계산하면 현재 이주아동을 둔 불법체류자 신분의 부모들은 약 4만여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20여만명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중 그 20%에 해당하는 4만여명의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이주기간을 연장해 주는 방안이 복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충안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부모들에게 불법성을 해소해준다면 국내에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이너도나도 본국에서 아이들을 송출 브로커를 통해 데리고 들어 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단체에서는 “기본적으로 산업인력연수생제도를 도입하며 송출브로커를 양산한 주범은 정부가 아니었냐”면서 “불법을 자행하게 만든 데 책임을 지기보단 언제나 이주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정부였다”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지역복지팀장은 “왜 그들이 이곳에까지 와 이렇게 힘들게 일하겠냐. 추방돼도 다시 또다른 이주를 계획하는 것이 그들”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삶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정부의 근시안적 태도를 나무랐다.

박천응 안산외국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 문제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봉착하고 이있는 한국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이대로 가다간 오는 2050년이 되면 매년 20만명의 이주민이 들어와야 우리나라 적정인구수 5천만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나 우리사회가 지금처럼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값싼 노동력 정도로 소모품으로 치부하는 발상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향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에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리아포커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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