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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25만 주민등록 말소자' 인권실태조사 착수

군복무 부적응자. 노인자살 문제도 조사대상에 포함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기초생활보장 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빈곤층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채무관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가정폭력 및 의부의 폭행 등에 따른 주민등록 직권 말소자가 2004년 기준으로 25만8천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주로 비닐하우스, 판자촌, 쪽방, 만화방, 비디오방, 목욕탕, 여인숙, 고시원, 독서실, 거리 등을 전전하며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지 못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 방치되어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주민등록 직권 말소자의 경우 본인과 그 가족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 및 국민연금, 건강보험 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8월부터 기초생활보장번호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2005년 12월 현재, 이 제도를 통해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사람은 1천9백29명에 불과해 그 실효성은 낮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는 13일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주민등록 직권말소 원인 분석 △과도한 주민등록 말소 처분에 대한 제도적 점검 등 ‘주민등록 말소자의 기초생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밖에 이날 ‘2006년 인권상황실태조사 주요과제’에 △운동부의 구타문제 △지방자치단체의 정신보건업무 수행 실태 △실업계 고교생의 현장실습 실태 △다문화가정자녀(혼혈아) 인권상황 △군복무 부적응자 인권상황 △노인 자살 등 노인 인권상황 등을 포함시켜 인권상황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권위가 밝힌 올해 인권상황실태조사의 주요과제다.

1.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교 운동부 내의 폭력 실태

학교 운동부에서는 코치와 감독 등 지도자로부터 경기력 향상 등의 명분으로 일상적으로 폭력이 행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권위는 지도자들의 제자들에 대한 구타행위이외에도, 성희롱 및 성폭력 등 반인권적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고 보고 이에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인권위는 이러한 운동부 내의 폭력 실태를 성적 지상주의로 인한 학교체육의 왜곡현상으로 진단, 이번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호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2. 지방자치단체의 정신보건업무 수행실태

정신보건시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감독.수행 실태 조사는 인권위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조사다. 이 과제는 정신보건과 관련된 업무 및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되면서 지자체의 정신보건시설 및 수용환자에 대한 영향력이 크게 커졌는데도 지자체의 정신보건업무 체계가 부실한 데 대해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일례로 광역지자체별로 설치된 정신보건심판위는 형식적인 심사로 인해 입원이 불필요한 환제에 대한 강제 구금이 공공연하게 빚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6개 광역 지자체의 정신보건심판위가 6개월 이상 장기입원환자 7만5천7백80 명을 심사한 결과 2.2%인 불과 1천6백81명에 대해서만 퇴원 명령을 내렸다. 또 정신보건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관련 업무는 공무원들의 기피대상이어서 전북의 한 지자체에서는 2년 동안 4명의 담당자가 교체되는 등 관련 법규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이에대해 인권위는 2005년도 지자체의 관련 업무 추진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시정하는 하편 법과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3. 다문화가정자녀(혼혈인)의 인권상황 실태

2005년 10월 현재, 국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6천1백21명이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의 20%가 다문화가정 학생으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이민이 지난 1998년 이후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 취학을 앞둔 자녀까지 포함한다면 향후 결혼이민자 가정 자녀의 문제는 큰 사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문화가정자녀 중 일부는 △발달장애 △학습장애 △집단 따돌림 현상 △한국어를 잘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무시와 대화 부재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 실업계 고교생 현장실습 실태

지난 2005년 11월 안전장치 없이 엘리베이터에서 점검작업을 하던 한 실업계 고등학교 3학년 현장실습생이 추락사 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현장실습현장에서의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각종 인권침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장실습제도는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전 현장 체험을 통한 기술 습득이라는 취지에서 시작했으나 실제로는 현장실습현장의 학생들은 △저임금 △장시간 근무 △위험한 직무수행 등 실습생을 고용한 기업의 노동착취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대해 인권위는 현장실습 학생들에 대한 △교육권 △학습권 △건강권 등을 보장하기 위해 실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제도 전반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아울러 그 해결방안에 대해 소관부서와 해당 학교, 각 산업체에 전달할 방침이다.

5. 노인에 대한 사회차별 실태

우리사회가 급속하게 저출산 고령화 되어가면서 노인자살 등 관련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노인문제 중 가장 극단적 형태인 노인 자살의 증가는 노인의 기본적 권리 중 경제적, 사회적 권리 측면의 부재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인권위는 노인의 사회권이라는 시각에서 국가가 보장해주어야 할 구체적 최소의무 범위와 내용을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분석하고 관련 정책과 제도의 개선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또 인권위는 자살 위험성이 높은 빈곤계층의 독거노인이나 노인부부 가구에 대한 핵심적 권리보장의 구체적 내용과 수준을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제시한다고 밝혔다.

6. 중.고등학교 생활규정 실태

인권위가 지난 2002년 9월 △교육부의 ‘학교생활규정예시안’에 대한 의견표명과 △‘학생 두발제한에 대한 개선 의견표명’(2005년 6월)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각급 중.고등학교 학교생활규정의 인권침해성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인권위는 중.고교 학생의 △개성발현권과 △자기결정권 등 ‘인격권’과 ‘사생활의자유’ 등을 보호.향상을 위해 중.고등학교 각급학교의 생활규정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학생인권 침해성이 발견되면 교육부와 관련부처 및 각급 학교에 시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7. 군복무 부적응자 실태

인권위는 군 입영대상자의 45%가 군복무 부정응이 우려되는 자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이러한 군복무 부적응자 일수록 자살과 같은 극단적 사례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3년 자살이유가 밝혀진 군 자살자 65명 중 16명은 군복무 부적응자로 군 자살자의 무려 25%가 군복무 부정응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병검사시 이러한 군 부적응 예상자가 전혀 걸려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군에서도 관심사병제를 운영하는 등 군 부적응 장병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부적응자 판정을 받아 전역하는 경우는 불과 1% 이하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설령 군복무 부적응을 이유로 전역한 경우에도 공상(公傷, 공무 수행 중 입은 부상)으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 후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실제로 정신질환으로 제대한 후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인권위 진정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인권위는 △징병검사 단계 △군 복무 단계 △전역 후 치료 단계별 실태 조사에 들어가 제반 문제점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여성공무원 배치 및 승진 차별 실태 △지역사회 정신지체장애인의 인권침해 실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권 침해 현황 및 원인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실태 △중증장애인 생활 실태 △차별판단 지침 마련을 위한 외국 사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의 주거 실태 △학대받는 아동의 인권상황 △인권교육의 선진외국 우수사례 실태(언론인 기업인 사회복지공무원 중심) 등도 인권위의 올해 인권상황 실태조사 대상이다.

인권위는 이러한 각 분야의 실태조사를 위해 학계, 연구소 등 외부기관에 용역을 주는 등 총 5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권침해상황을 점검하고 시정권고안을 낸다는 방침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각 분야별 특성에 따라 최하 3개월에서 최대 6개월의 연구용역 시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번 달 안으로 실태조사를 수행할 외부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용역 입찰 공고를 내고 오는 6월 부터 본격적인 각 분야별 실태조사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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