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의 전병헌 의원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에 대한 범여권의 영입경쟁에 우려를 표명하며 정 전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만들자고 제안했다.

"영입경쟁 앞서 기득권 해체 등 정치지형 정비해야"

전 의원은 2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정운찬, 정치권이 정말 조심스럽게 가꿔가자'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 전 총장은 여러 면에서 위기에 빠진 평화·개혁·미래 세력에게 구원투수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전제한 뒤, 정운찬 영입 여건 정비론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정 전 총장은 본인 스스로 '디사이시브'(decisive)한 사람이라 했다. ‘때’가 되면 스스로 과감한 결단을 내리겠다는 의미로 해두자. 그러면 그 ‘때’는 언제인가"라고 반문한 뒤, "먼저 그가 정치 참여를 선언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결단을 절실히 바라는 정치권이 무조건 들어오라고 채근할 것이 아니라, ‘때’를 성숙시키기 위해 할 일은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새로운 정치질서와 정치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기존의 정당질서와 체계를 그대로 둔 채 벌이는 정치권의 무분별한 ‘영입’ 경쟁은 정치권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여권이 급하다고 사려 깊지 못하게 접근한다면 그나마 훌륭한 재목과 기회를 모두 놓쳐 버릴 우려가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권은 영입경쟁에 앞서 기득권 해체 등 정치 지형을 정비하려는 노력을 선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왜 정운찬인가? 그 합당한 이유를 대중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그의 잠재된 가치를 알려내고 대중적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 전 총장의 가치와 역량은 정치권 일부 혹은 지식인 사회만큼 대중화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라고 정 전총장의 낮은 인지도 극복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정 전 총장과 같은 경쟁력 있는 다른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신선도를 유지시키면서 그의 경쟁력을 알려내는 담론을 정치권에서 주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일방적인 러브콜은 오히려 국민에게 정서적 반감만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영입경쟁보다는 왜 정운찬인지를 알려내는 ‘정운찬 가치담론 경쟁’을 선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한다면 길지 않은 시간에 믿음직한 구원투수 한 재목을 가꿔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부디 지혜롭고 현명한 자세로 상아탑 안의 큰 재목이 나라를 위해 크게 쓰여 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조심스럽게 가꿔가는 데 합심 협력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