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문건 "6.15는 뒷돈회담, 10.4는 대못박기"
서기호, MB정권때 작성된 국정원 내부문건 전격 공개
23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6.15, 10.4 선언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국정원 내부 문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0년 6.15 남북공선언은 "뒷돈회담", 2007년 남북정상선언은 "임기말 대못박기" 등으로 폄훼했다.
문제의 문건은 국정원이 MB정권 시절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 7월 북한담당 3차장 3국 명의로 작성.배포한 것으로, A4용지 23쪽 분량이며 복사물이 아니라 내부에서 활용된 원본이다.
문건은 표지에 "국가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평가와 올바른 인식을 위해 아래 자료를 작성하였사오니 대외활동이나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목차는 총 7장으로 ▲6.15, 10.4선언이란 무엇인가' ▲6.15, 10.4선언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북한응 왜 兩 선언 전면이행을 고집하는가 ▲북한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가 ▲우리 정부의 일관된 입장 ▲종북좌파세력의 잘못된 주장과 올바른 시각 등으로 구성됐다.
문건은 우선 6.15선언에 대해선 "북한에 돈을 주고 산 뒷돈회담", "탄생부터가 투명성.정당성 결여라는 근본적 하자를 안고 있는 문서",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벗어난 헌법 위반 행위"라고 규정한 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송금을 의미하는 악의적 만평을 그려 넣었다. 만평은 김 전 대통령이 5억달러 위에 타고,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향하는 내용이다.
문건은 10.4선언에 대해서도 "불순한 탄생 배경(임기말 대못 박기)", "해상경계선으로서의 모호하게 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NLL 불인정.무실화 시비 근거 제공"이라고 비난했다.
문건은 이밖에 "북한은 지난 10년간(98-07) 좌파정부로부터 약 70억불 상당의 지원을 획득"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좌파정부로 규정한 뒤, "양 선언을 만들어 낸 햇볕정책은 이미 지난 대선(17대)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뜻인데 '햇볕정책'을 버린만큼 햇볕정책의 결정판인 양 선언을 무조건적으로 이행하라는 주장은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건은 마지막 장을 통해서는 남북관계개선 주장에 대해 "종북좌파세력의 잘못된 주장", "이명박 정부 출범은 잘못된 대북정책을 시정하라는 민의의 반영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대응논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국정원의 문서가 배포되던 시기에 '민주평통'이 국정원의 문서와 유사한 내용을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바로알기'라는 소책자 형태로 만들어 배포했다가 문제가 돼 회수된 적이 있는데, 당시 국정원이 민주평통 명의를 빌려 배포했다는 의혹이 있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국가보훈처 안보 교육 동영상을 국정원이 제공해줬다는 의혹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보자 신분에 대해선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제보자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이 단순히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하고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이고 공격적으로 준비된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의 자체개혁안을 보면 방어심리전 업무 범위로 '대한민국 정체성'이라는 부분을 넣었는데, 이 문건에 의하면 국정원은 6.15, 10.4 선언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국정원이 제시한 개혁안대로 법안이 통과된다면 오히려 정치개입 근거를 제공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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