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측이 안 후보 후원자 1만4천명을 '시민대표' 자격으로 단일후보를 정하기 위한 공론조사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측이 강력 반발하면서 단일화 룰 협상이 협상 재개 하룻만에 파국 위기를 맞고 있다.

문재인 캠프의 우상호 공보단장은 20일 오전 당사에서 가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날 비공개로 진행됐던 단일화 룰 실무협상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우 단장은 우선 "어제 협상 내용 중 일부가 왜곡되게 언론에 알려진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처음 양쪽 캠프 협상단이 만나서 진행되는 내용은 일체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하고 시작했다. 두 캠프 간 합의가 된 내용만 발표하기로 한 것"이라며 안 후보측의 약속 파기를 질타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맏형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고 인내해왔지만 방어 차원에서 어제 협상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면서 "어제 안 후보 측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를 병행하자는 것"이었다"며 안 후보측 제안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안 후보 측에서 제시한 공론조사의 내용은 배심원을 구성하되 민주당은 1만4천명의 중앙대의원으로 하고, 진심캠프는 후원자 중에서 동일한 숫자를 공론기관에 맡겨 랜덤으로 추출하자고 하더라"며, "후보결정 방안은 두 그룹의 배심원단 각각에서 기결정된 숫자 3천명이 응답할 때까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합산하자는 것"이라며 안 후보측 제안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그는 "여론조사와 공론조사로 하자는 방식은 받겠다. 그것은 문 후보가 안 후보 측이 제시하는 것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받겠다"면서 "그런데 공론조사의 세부시행 방안을 들여다보니 민주당은 1만4천명의 중앙대의원으로 구성하고, 안 후보 측은 안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후원자 중에서 1만4천명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공정하냐"고 질타했다.

그는 "우리 당 대의원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꼭 문 후보를 100%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경선에서도 드러났고, 이것을 뻔히 알면서 이렇게 구성안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참으로 어이가 없다"면서 안 후보측 제안을 꼼수로 규정한 뒤, "공정한 게임의 룰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결과에 승복할 수 있고 지지자들이 통합을 할 수 있다. 이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팀 간 합의를 깨고 협상내용 일부를 왜곡해서 언론에 전한 안 후보 측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만들어라"며 안 후보측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을 적극 지지하는 후원자 1만4천명을 시민대표로 공론조사에 참석시키자는 것은 '안철수 펀드' 가입자들을 공론조사에 참여시키자는 얘기로 알고 있다"며 "안철수 펀드 가입자만 시민대표라는 안 캠프 발상은 상식밖"이라고 질타했다.

'안철수펀드'에는 19일 오후 3시 현재 총 2만6천918명이 참여해 127억5천여만원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 안철수 캠프의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양측이 서로 안을 갖고 협상장에 들어와 원점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며 "문 후보 측의 `통 큰 양보'가 없었다"며 자신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문 캠프를 비난했다.

그는 "협상이 여론조사나 `여론조사+α'를 포함한 범주에서 논의가 진행됐다"며 구체적 협상을 밝히지 않으면서, 문 후보측이 안 후보측의 언론플레이를 비난한 데 대해선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데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자신들의 진원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