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7일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성사시 단일후보 지지율이 급등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보수진영내 위기감의 분출되기 시작한 양상이다.
김창균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이날 <박근혜는 자신의 뭘 걸었나>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2002년 11월 24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했을 때 한나라당 반응은 '문제없다'는 쪽이었다. 단일화 직전까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의 가상 대결에서 이 후보가 5%포인트가량 앞서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단일화 결판이 난 직후 지지율 조사에선 노 후보가 이 후보에 7%포인트가량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노 후보 지지율이 12%포인트가량 뛰어오른 것"며 2002년을 상기시켰다.
김 위원은 이어 "후보 단일화는 치열한 경선을 거쳐 따낸 대선 후보 자리를 50% 내외의 승산에 내거는 모험이다. 그래서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의 마음과 선거 구도를 흔드는 힘이 있다"며 "상대편이 아무리 단일화를 '정치 쇼'라고 흠집을 내려 해도 부질없는 일"이라며 '단일화 파괴력'이 가공스러움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박근혜 후보에게 돌려 "박근혜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직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두 전직 대통령의 부인을 차례로 만났다. 박 후보 입장에서 선뜻 행동에 옮기기 힘든 불편한 선택이었다. 유권자들은 그것이 정치적 제스처인 줄 알면서도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박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처음으로 앞선 것도 그 무렵이었다"며 "박 후보가 유권자 마음을 동요시키는 작은 돌멩이라도 던져 본 것은 그때 한 번뿐이었다"고 힐난했다.
그는 박 후보 측근들에 대해서도 "박 후보를 에워싼 친박 인사들은 박 후보 표 깎는 일만 벌였다. 박근혜 캠프 선대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박 후보의 복심(腹心)이라는 이정현 공보단장은 새누리당에 부담인 '투표시간 연장안'과 민주당에 부담인 '국고보조금 먹튀 방지안'을 동시에 처리하자는 잔꾀성 제안을 냈다가 결과적으로 박 후보 발등을 찍었다"며 "황우여 대표는 박 후보를 대영제국의 빅토리아 여왕에 빗댔고,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 후보의 인혁당 발언을 문제 삼는 사람들에게 '배가 부르냐'고 했다. 두 사람은 박 후보를 감싸려는 뜻이었겠지만 박 후보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먹잇감만 던져줬다"고 측근들을 싸잡아 질타했다.
그는 현재 대선판세와 관련해선 "박 후보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박빙(薄氷)의 우세를 지키고 있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겐 3~4%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 바둑으로 치면 박 후보가 반면으로도 쉽지 않은 형세"라며 "야권 후보들은 단일화 시너지라는 덤까지 확보하고 있다. 단일화의 참신성과 의외성이 2002년만큼은 못하다지만 최소한 5%포인트 효과는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대로 선거판이 흘러가면 박 후보가 단일화 덤을 극복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라며 박근혜 패배 가능성이 대단히 높음을 강조한 뒤, "그런데도 박 후보는 판세에 변화를 줄 만한 모험을 피해가는 현상 유지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후보가 선거에서 앞서가는 쪽의 전매특허인 TV 토론 기피 입장을 취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 후보가 승패를 초월했거나 판세를 정반대로 읽고 있다는 얘기"라고 질타했다.
그는 그러나 박 후보에게 '판세에 변화를 줄 만한 모험'을 촉구하면서도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위기감은 팽배하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새누리당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같은 날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합의를 맹비난하며 "종북좌파가 뭉치니 대한민국 세력도 박근혜 중심으로 대동단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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