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보도·시사 프로그램 제작을 맡아온 최고참 국장급 간부부터 중견부장까지 15명이 5일 파업 대열에 전격 합류, 김재철 사장을 더욱 고립무원의 궁지로 몰아넣었다.
MBC 노보는 5일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파업 참여의사를 밝힌 15명 가운데 10명은 비노조원 신분이었지만 파업 동참을 위해 조합에 가입 원서를 제출했다"며 "직종과 부문을 뛰어넘어 국장, 부국장급 간부사원들이 무더기로 파업에 동참한 것은 MBC는 물론 국내 다른 방송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일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파업에 참여한 간부 사원들의 명단을 보면 기라성 같이 쟁쟁하다.
우선 편제부문의 경우 <손석희의 시선집중>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을 연출하며 라디오국에서 잔뼈가 굵은 홍동식 국장(84년 입사), 두 차례나 시사 교양국장을 역임했으며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최우철 부국장(84년 입사), TV 편성과 편성 기획 등 편성 핵심 업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편성 PD인 이길섭 부국장(84년) 유한기 부장(85년), MBC의 첫 여성 공채 TV PD로 입사해 숱한 휴먼 다큐를 연출했으며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휴먼 다큐 사랑>을 기획, 제작한 윤미현 부장(86년 입사), 두 번째 여성 공채 TV PD로 <아마존의 눈물>의 공동 기획자이자 <MBC 스페셜>을 연출, 기획해온 정성후 부장(87년 입사) 등 6명이다.
보도부문의 경우는 보도제작국장과 파리특파원을 역임한 정관웅 국장, 베를린 특파원에 이어 <MBC 일요인터뷰 人>의 진행자를 맡았으며 현재 논설위원인 임태성 부국장(84년 입사), 파리 특파원을 역임하고 <시사매거진 2580> 등 숱한 보도 제작물의 영상 취재를 맡아 MBC 보도 영상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서태경 부국장(84년 입사), 전-노 비자금 사건 등 대형 비리사건 수사 보도에서 본질을 파헤치는 특종 기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뉴스데스크 편집 담당 부국장과 논설위원을 역임한 김종화 부국장(84년 입사) 등 4명이다.
경영부문에선 지난 3월 5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평사원들과 뜻을 함께 하겠다”며 경영지원국 부국장 보직을 사퇴했던 장혜영 부국장(85년 입사)을 비롯해 문화콘텐츠 사업국 정영철 부장(85년 입사), 뉴미디어 글로벌 사업국의 이정택 부장(86년 입사), 이은우 부장(91년 입사) 등 4명이, 영미부문에선 이병국 부장(85년 입사)이 파업에 새로 합류했다.
파업에 동참한 한 부국장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후배들이 너무나 안쓰러워서 파업에 합류했다”며 “더 이상 선배들이 힘을 보태주지 않는다면 후배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았다”고 동참 이유를 밝혔다.
이들 15명 간부사원들의 파업 동참으로 파업 참가자수는 지난 1월 30일 파업 시작 이후 최고 수준인 787명을 기록했다. 파업 시작 당시 573명에서 한 달 만인 2월 28일 처음으로 700명 선을 넘겼던 파업 참가자 수는 이제 800명 돌파를 앞두게 됐다.
노조에 따르면, 이들 15명 외에도 조합으로 파업 참여의사를 전해오는 간부급 사원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는 7일자로 부국장 1명이 추가로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데 이어 또 다른 부국장 급 역시 다음주초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안식년 휴직중인 박혜영 부국장(82년 입사)은 후배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성원하는 의미로 노조에 가입원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이들 15명의 파업 참여는 MBC의 간부들 대부분이 김 사장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중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에 파업에 새로 참여하거나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의 근속 연수를 모두 더하면 459년, 김 사장은 고려왕조에 버금가는 그 장구한 세월이 가진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라도 사퇴해야 한다"며 김 사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Copyright ⓒ 2006-2024 Views&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