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기업이 돈 벌면 배 아프냐"

서울시 "MB 문제발언,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했다"

2012-05-03 08:38:21

2005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복합물류시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 실무진들이 특혜 논란을 우려하자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기업(파이시티)이 돈 벌면 배 아프냐”고 밀어붙였다는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3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일 “파이시티 인허가에 관여한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을 정밀 조사한 결과 이 시장의 정책회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나왔다”면서 “이 조사 결과는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2005년 하반기 파이시티 인허가를 둘러싼 문제가 서울시의 현안으로 부상하자 두차례 정책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 시장은 도시계획국 및 교통국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 간부들이 참석한 1차 회의에서 고위간부 ㄱ씨가 “파이시티 사업을 허가해주면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하자 “기업이 돈 벌려고 사업하는 것 아니냐. 기업이 돈 벌면 배 아프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시장은 또 실무진이 “파이시티의 사업계획안대로 하면 대규모 점포가 허용되고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고 건의하자 “양재화물터미널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도시물류기본계획에 따라 처리하라”면서 짜증을 냈다고 한다.

문제가 된 파이시티의 사업계획안은 화물터미널 면적(3만9800㎡)의 4배가 넘는 대규모 점포가 포함돼 있어 특혜 시비가 불가피했으나, 이 시장 발언은 화물터미널을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변경하는 도시물류기본계획의 취지에 맞게 파이시티 사업을 허용하라는 취지로 실무진은 받아들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회의 석상에서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이 시장의 말 한마디가 너무 강렬해 회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몇년 전 일이라 대부분 공무원들이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 시장의 발언이 워낙 강한 어조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고 <경향>은 전했다.

<경향> 보도는 앞서 파이시티 특혜를 승인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MB 최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종찬 전 민정수석이 위원으로 참여했고, 원세훈 현 국정원장이 당시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도시물류기본계획 수립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파이시티 비리 의혹이 '이명박 시장'을 향하는 양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보도를 접한 김진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트위터에 "MB, 기업이 돈벌면 배 아프냐? 특혜를 당연시하는 이 태도. 국가와 서울이 특정인의 수익모델인가? 되묻고 싶습니다"라며 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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