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반말 질타 "윤증현, 너만 똑똑하냐"

"니들만 걱정하냐", "니가 예산권 있냐". 관료 반발 뒤따를듯

2010-12-13 17:55:45

날치기 후폭풍으로 궁지에 몰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놓고 반말로 질타, 기재부의 반발 등 파문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윤 장관을 여의도 당사로 호출해 템플스테이 등 불교 지원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추궁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사에 도착한 윤 장관은 기재부 책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당에서도 기재부의 예산집행 기준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날치기 직전에 '정치실세 예산' 등을 삽입한 한나라당을 힐난했다.

안 대표는 이에 굳은 표정으로 윤 장관을 만나 기자들 앞에서 악수를 나눈 뒤, 기자들이 빠져나가자 집무실 밖에서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성으로 윤 장관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46년 동갑내기로 윤 장관과 같은 마산 출신인 안 대표는 윤 장관에게 "당 대표인 내가 요구한 예산도 하나도 반영 안됐다"며 "우리가 무슨 바보가? 너만 똑똑하나?"라고 반말로 질타했다.

윤 장관이 이에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항변했으나, 안 대표는 이에 다시 "니들만 걱정하나", "니가 예산권이 있나?"라며 반말 질타를 거듭했다.

1시간여 뒤 집무실 밖으로 나온 윤 장관은 기자들에게 "얘기하다 보면 큰 소리도 나올 수 있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으나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또 "당정간 소통이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물어봐야 입만 아프지. 우리 입장도 이해해달라"며 서둘러 당사를 빠져나갔다.

반면에 안 대표는 회동후 "내가 질책을 좀 했다"며 "(예산안 책임에) 사과는 아니고, 유감을 표명했다"라며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과 대표의 의중을 존중하겠다고 하더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13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찾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안상수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안형환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윤 장관이 안 대표에게 "300조가 넘는 예산안을 처리하느라 당정간에 소통이 원할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이에 안 대표는 "현 정권은 한나라당이 만든 정권임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주요 정책에는 한나라당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과 대표가 약속한 정책은 정부가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윤 장관을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장관은 "그렇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 역점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협조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당정 소통을 더욱 긴밀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안 대변인은 덧붙였다.

안 대변인은 그러나 "윤 장관이 자꾸 대꾸하니까 안 대표가 야단을 쳤다"고 말해, 윤 장관이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날 안 대표는 템플스테이 예산, 재일민단 지원사업 등 당의 공약사업이 새해 예산에 빠진 것은 기재부가 당의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면서 윤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 장관은 끝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장관에 대한 안 대표의 반말 질타는 두사람이 동년배 동향 출신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럴 수도 있다고 보아넘길 수도 있으나, 윤 장관이 경제부처 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 대표의 반말에 대한 기재부 관료들의 반발이 뒤따르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날치기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당정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면서 내부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Copyright ⓒ 2006-2024 Views&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