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후폭풍으로 궁지에 몰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경제부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불러놓고 반말로 질타, 기재부의 반발 등 파문을 예고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윤 장관을 여의도 당사로 호출해 템플스테이 등 불교 지원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해 추궁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사에 도착한 윤 장관은 기재부 책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당에서도 기재부의 예산집행 기준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날치기 직전에 '정치실세 예산' 등을 삽입한 한나라당을 힐난했다.
안 대표는 이에 굳은 표정으로 윤 장관을 만나 기자들 앞에서 악수를 나눈 뒤, 기자들이 빠져나가자 집무실 밖에서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성으로 윤 장관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46년 동갑내기로 윤 장관과 같은 마산 출신인 안 대표는 윤 장관에게 "당 대표인 내가 요구한 예산도 하나도 반영 안됐다"며 "우리가 무슨 바보가? 너만 똑똑하나?"라고 반말로 질타했다.
윤 장관이 이에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항변했으나, 안 대표는 이에 다시 "니들만 걱정하나", "니가 예산권이 있나?"라며 반말 질타를 거듭했다.
1시간여 뒤 집무실 밖으로 나온 윤 장관은 기자들에게 "얘기하다 보면 큰 소리도 나올 수 있는 거지"라며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으나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또 "당정간 소통이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면서도, 기자들의 추가질문에 "물어봐야 입만 아프지. 우리 입장도 이해해달라"며 서둘러 당사를 빠져나갔다.
반면에 안 대표는 회동후 "내가 질책을 좀 했다"며 "(예산안 책임에) 사과는 아니고, 유감을 표명했다"라며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당과 대표의 의중을 존중하겠다고 하더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안형환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윤 장관이 안 대표에게 "300조가 넘는 예산안을 처리하느라 당정간에 소통이 원할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시했고, 이에 안 대표는 "현 정권은 한나라당이 만든 정권임을 명심해야 한다. 모든 주요 정책에는 한나라당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과 대표가 약속한 정책은 정부가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윤 장관을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장관은 "그렇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 역점 사업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협조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당정 소통을 더욱 긴밀히 하겠다"고 답했다고 안 대변인은 덧붙였다.
안 대변인은 그러나 "윤 장관이 자꾸 대꾸하니까 안 대표가 야단을 쳤다"고 말해, 윤 장관이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날 안 대표는 템플스테이 예산, 재일민단 지원사업 등 당의 공약사업이 새해 예산에 빠진 것은 기재부가 당의 요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면서 윤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윤 장관은 끝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장관에 대한 안 대표의 반말 질타는 두사람이 동년배 동향 출신이라는 점에서 볼 때 그럴 수도 있다고 보아넘길 수도 있으나, 윤 장관이 경제부처 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 대표의 반말에 대한 기재부 관료들의 반발이 뒤따르는 등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날치기 비판여론이 비등하자 당정청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면서 내부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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