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니 공포' 영남 확산, "1300만 식수 오염될 수도"

낙동강 바닥에서 두터운 오염층 발견, <매일>도 "철저히 조사해야"

2010-01-27 18:44:37

4대강 사업이 진행중인 낙동강 공사현장에서 오염된 진흙층인 오니(汚泥)가 잇따라 발견돼 대구경북(TK)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공사를 강행하다가는 1천300만명의 TK 주민들 식수원이 오염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니층이 가장 먼저 발견된 곳은 지난 21일 낙동강 중상류인 대구 달성보. 이어 다음날인 22일 하류로 70km 떨어진 함암보, 그리고 양산 1지구 물금읍 공사장에서도 잇달아 오니가 발견됐다.

달성보의 상류부근의 공사 현장의 토양은 비교적 깨끗했으나 달성보의 경우 공사현장의 30% 정도에 3m 두께의 오니층이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안보 공사 현장과 양산1지구 하천정비사업 현장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들은 대구지역에서부터 부산까지 강바닥 아랫부분에 두께 2~3m의 두터운 오니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에 일부 준설공사를 중단하고 오니 시료를 채취재 수자원공사 수돗물 분석센터와 경상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함안보에서 발견된, 마치 석탄더미 같은 오니층.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낙동강지키기 경남본부는 이에 지난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염된 퇴적토를 준설하는 것은 땅속에 봉인돼 있던 각종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 등 유해 화학물질을 다시 낙동강에 뿌리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따라서 오염된 퇴적토라 하더라도 무조건 준설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즉각적 공사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오염 퇴적토가 표층이 아니라 저층에서 발견된 것은 낙동강의 오염이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분을 분석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대로 둔 상태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그러나 “아직 정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으나, 자체적으로 분석해보니 오염 정도는 기준치의 10분의 1 이하이나 단지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변색됐을 뿐 중금속 등에 오염된 흙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함안보 건설 현장 안에 있는 오니의 전체 분량도 30㎥ 정도”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또 “만약 문제가 있다면 재처리 과정을 거쳐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고, 이 과정에 오염물질이 낙동강에 흘러들어갈 염려는 없다”며 “따라서 상처가 낫기를 그냥 두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공사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수자원공사의 공사강행 방침에 대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은 27일 즉각 공사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은 흙덩어리는 발암위험이 있는 중금속이나 기타 인체에 유해한 유독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폭탄'과 같다"면서 "준설이 강행될 경우 식수인 낙동강의 수질 오염이 예상되며, 불안전한 식수로 인한 경남도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물'에 대한 문제인 만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논평을 통해 "낙동강은 다른 국가 하천에 비해 길고 인근에 산단지역에 많아 과거 오염사고가 잦았던 강으로 페놀사태 등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문제는 이 시기에 형성된 오니층에는 중금속 등 심각한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보신당은 또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된 토양의 대부분은 인근 농경지 리모델링에 사용한다고 한다. 바닥에 잠자던 오염 토양을 끄집어 내어 논과 밭에 붓는 꼴"이라며 "또 오염물질은 시공사의 책임으로 복구비는 시공사의 부담으로 되어 있어 시공사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를 은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TK지역 최대 일간지인 <매일신문>조차 27일 사설을 통해 오니층 발견에 이례적으로 강한 우려를 제기하며 철저한 조사후 공사를 재개할 것을 촉구했다.

사설은 잇따른 오니층 발견과 관련, "지난해 말 첫 삽을 뜬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공사 시작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말썽을 빚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둘러싼 환경단체와 수자원공사간 이견을 지적한 뒤, "낙동강은 평범한 하천이 아니라 1천300만 명이 먹는 식수원이다. 그렇기에 수질 오염 가능성에 대해선 한 치의 의혹이나 일말의 시비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수자원공사와 관계당국은 환경단체들이 다소 과도한 요구를 하더라도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서는 안 된다. 오니층에 대한 정밀 조사와 원인 추적을 벌이고 명확하게 그 결과를 밝혀야 한다"며 환경단체 손을 들어준 뒤, "환경 문제는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수질 오염 사고에 대비해 공사 현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니 공포'가 확산되자, 오는 28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에 이어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31일 함안보 공사 현장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정치권도 이 문제에 본격 관여하기 시작해 오니 문제는 4대강 사업의 예기치 못한 변수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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