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특유의 '깡' 승부수 던졌다

[분석] 강성 '윤증현 경제팀'과 전위 '박영준 전면배치'의 함의

2009-01-19 21:45:51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1.19 개각의 메시지는 크게 두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다. 다른 하나는 믿을 건 측근들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윤증현 컴백의 의미

이 대통령은 이번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읍참마속'했다. 이 대통령의 강 장관 신뢰는 정말 각별했다. 그렇게 안팎에서 강 장관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다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경질했다.

강 장관 갖고선 시장에서 '영(令)'이 서지 않으며, 따라서 작금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정면돌파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윤증현 전 금융위원장을 강 장관 대신 내세웠다. 윤증현 신임 재정부장관은 모피아(재무 마피아)의 보스 중 보스다. 카리스마와 추진력이 대단하다. 과거 시장 일각에선 "관치의 화신"이란 닉네임까지 얻었을 정도다. 모피아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나돌아온 "다름 사람은 몰라도 윤증현은 반드시 재정부장관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윤증현 재정부장관 시대 개막은 벌써부터 은행 등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시장에 영이 안 섰던 강만수 장관 시대와는 다른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거 1997년 IMF 사태 직전 부도유예협약을 추진할 때도 그러했고, 지난 2004년 금감위원장으로 카드대란을 풀어나갈 때도 그랬다. 지시를 거역하면 그대로 끝장이었다.

윤 장관 내정자는 앞으로 우선 은행들을 정조준할 전망이다. 우선 부실 건설-조선사 퇴출이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지금 '퇴출 제로(0)'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닦달을 해도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윤 장관이 몰아부친다면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또한 시중은행들이 강력 거부하고 있는 준공적자금 투입이나 이행각서(MOU) 체결도 결국은 해야 할 것이란 자조적 전망이 벌써부터 은행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그 다음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 과정에 은행 합병이 단행될 가능성까지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윤증현 장관 내정자는 앞으로 일사천리로 은행을 몰아부치고 그 결과 기업 대출은 늘어날 게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늘어난 대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옥석을 구분하지 않고 부실기업들까지 모두 끌어안고 가려한다면 대규모 부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최측근 전방 배치의 의미

이 대통령은 1.19 개각에서 한나라당을 철저히 배제했다.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안상률 사무총장 등이 공개리에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거 입각을 주문했으나 돌아온 답은 차가왔다. 이에 당의 핵심관계자는 "앞으론 청와대가 다 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나 이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는 명백하다. "여의도를 못믿겠다"는 거다.

이 대통령의 불신은 연말연초 쟁점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극으로 치달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나라당이 말로만 큰소리쳤지, 실제 하는 것을 보니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가다. 이런 마당에 무슨 입각이냐는 게 대통령 생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앞서 행한 국가정보원,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 빅4 인사에서 핵심측근들을 전진배치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박영준 전 비서관과 이주호 전 수석을 국무총리실의 국무차장과 교육부 차관으로 전격 전진배치시켰다. 한때 박영준 전 비서관에 대한 여권 정파들의 견제가 워낙 심해 이번엔 전진배치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돌았으나, 이 대통령은 보란듯이 그를 전 부처를 총괄할 요직에 앉혔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 대통령의 사활이 걸린 집권 2년차 임기를 가장 믿는 측근들을 전진배치시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미다. 즉 이 대통령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정국을 진두지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인 올해를 사실상 재임 5년의 가장 중요한 해로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올해 정국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지 못하면, 내년 5월 지방선거를 분수령으로 대통령은 힘이 크게 빠지는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대통령은 모든 정치적 책임이 자신에게 쏠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이 직접 정국을 주도하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비장한 말도 대통령이 지금 얼마나 비장한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문제는 이처럼 이 대통령이 몰아붙일 경우 국내 정국은 물론, 최근 북한의 전면 무력대응 선언에서도 볼 수 있듯 남북관계도 한층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 이 대통령 지지층이 집결할 가능성이 있으나 반대로 정치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지지층 이반이 더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이 대통령을 평가하며 "모든 게 내가 나으나 깡 하나는 내가 못 따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지금 특유의 "깡"을 발동하기 시작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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