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에 끌려가던 한나라 '패닉' 상태

김형오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거부'에 좌불안석

2009-01-04 17:15:57

김형오 국회의장이 4일 방송법 등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자, 강경파 득세로 홍준표 원내대표의 여야 잠정합의안을 무력화시켰던 한나라당이 김 의장을 맹비난하면서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김형오 의장 "직권상정해도 민생법안만 한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 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나라당 요구대로 쟁점법안까지 포함한 85개 법안을 직권상정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뒤, 앞서 홍준표-원혜영 양당 원내대표가 잠정합의한 내용을 양당이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는 한나라당을 겨냥해 더이상 강경파에 끌려다니지 말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인 셈.

김 의장은 기자회견후 일문일답에서 '직권상정을 하게되면 85건 법안 모두 하냐'는 질문에 "그런 취지로 오늘 성명을 발표한 게 아니다"라며 "지난번 내 성명을 잘 읽어보면 답이 나와있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구랍 29일 부산 기자회견 당시,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여야가 합의처리한 민생법안만 상정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김 의장 발언은 경위들을 통해 민주당의 점거농성을 강제해산시키더라도 민생법안만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농성만 해산시키면 85개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려 해온 한나라당에게 당황스런 발언이었다.

한나라 "국회의장, 영구적으로 직권상정 안하겠다는 거냐?"

당연히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김 의장 기자회견후 당사 기자실을 찾아 "그러면 언제까지 (직권상정을) 안하겠다는 것이냐"며 "영구적으로 안하겠다는 것이냐"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 역시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김 의장 기자회견을 혹평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별다른 기대를 안했지만 실망 그 자체"라며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보고 어떻게 대화를 계속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뒤이어 열린 긴급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성진 최고위원은 "김 의장께서 12월 31일까지 민생법안은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무산됐다"며 "오늘 로텐더홀에 있는 보좌진들만 퇴거하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는데 지금은 로텐더홀 뿐만 아니라 모든 상임위 농성장에서 퇴거시켜야 하는 상황임을 다시한번 강조한다"고 김 의장을 비난했다.

앞서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몸싸움만 피하겠다는 '이미지'에 결박된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이며 '시대정신'을 잊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막막한 한나라당

하지만 이처럼 강경파의 목소리는 높으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몸싸움을 직접 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김형오 의장의 기자회견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시간을 1월 8일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그제 의총에서 결정했다"며 "절대 (민주당 의원들과) 몸싸움은 않겠다. 언제가 되든 기다리면서 대화하면서 가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전쟁중이라도 양국 대사들은 만나는 법"이라며 "비록 폭력점거 사태가 계속 되고있지만 그걸 풀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겠다"며 민주당과 대화를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회 사무처의 강제해산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사실상 해산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데다가, 김 국회의장마저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막막해진 모양새다. 강경파 주장대로 밀어붙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립무원의 외통수에 몰린 양상이다.

민주 "국회의장 뜻 환영... 한나라, 조건없이 대화 임하라"

반면 민주당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 의장 발언을 볼 때, 쟁점법안 강행처리 저지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는 판단에서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밝힌 조건 없는 대화를 환영하고 동의한다"고 반색을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어제 오늘의 사태에 대해 김형오 의장에게 심히 유감을 표하며, 국회의장은 국회에 배치된 불법적 경찰 병력을 즉각 철수시켜야 한다"며 강제해산 시도를 중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한나라당에게 돌려 "한나라당은 MB악법 강행 처리 계획을 즉각 포기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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