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석 靑사회정책수석,'제자논문 표절' 의혹

제자 석사학위 취득 6개월후 제자와 비슷한 제목 논문 제출

2008-02-21 08:40:11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내정된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가 자신이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박 내정자는 2002년 8월 <대한가정학회지> 제40권 8호에 ‘가정정보화가 주부의 가정관리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앞서 박 내정자의 제자 A씨는 2002년 2월 숙대에서 ‘주부의 정보사회화가 가정관리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불과 6개월 뒤 제자와 비슷한 제목의 논문을 학회지에 제출한 것.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참고문헌을 제외하고 13쪽 분량의 박 내정자 논문에서 A씨 논문과 똑같거나 비슷한 문장이 최소 60개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일보>는 박미석 내정자의 논문이 표절 의혹을 받는 이유를 크게 여섯 가지로 분류하고, 박 내정자가 제자의 논문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표절 의혹을 부추겼다고 밝혔다.

① 제목과 연구 목적이 비슷=어순만 조금 바꿨을 뿐 두 논문의 제목이 매우 유사하다. 사실상 같은 뜻으로 해석된다. 연구목적도 비슷하고, 제자보다 6개월 뒤에 비슷한 논문을 낸 것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② 너무 많은 동일 또는 유사 문장=A씨 논문 9쪽에 있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여성 특히 주부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가사 자동화(Home Automation)를 들 수 있다’는 문장은 박 내정자 논문 5쪽에 실려 있다. 이처럼 비슷하거나 동일한 문장이 60개를 넘었다. 박 내정자가 A씨 논문의 각기 다른 페이지에 실려있는 내용들을 한 문장, 혹은 두 문장씩 끌어다 합친 부분도 발견됐다.

③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조사방법=첫째, 조사기간이 2001년 2월28일부터 3월20일까지로 같다. 둘째, 조사 샘플도 서울과 경기 성남, 부산에 거주하는 주부 500명으로 동일하다. 셋째, 회수된 설문지 역시 421부로 같다. 다만 A씨는 421부 중 부실기재된 17부를 제외한 404부를, 박 내정자는 421부 중 자녀 1명 이상인 주부 338명의 자료를 각각 최종분석자료로 활용한 점만 다를 뿐이다. 같은 데이터를 공유했다는 의혹이 일 만한 상황이다.

④ 표 6개중 4개가 유사=박 내정자의 논문에 있는 ‘조사대상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 ‘인터넷 사용행태’ 등 4개의 표는 A씨 논문에 있는 표와 매우 비슷하다.

⑤ 결론도 비슷=박 내정자는 정보 유용성의 홍보와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주부들간의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노력 등을 결론으로 제시했다. 또 가정정보화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정확한 척도 모색도 강조했다. A씨 역시 이런 내용들을 자신의 논문에 썼다.

⑥ 제자 논문 문장 중복도 있어=특이한 점도 발견됐다. A씨는 자신의 논문 8쪽에 ‘가정정보화라는 새로운 조류는…다양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라고 썼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문장이 박 내정자 논문 2쪽과 3쪽에 있다. 이런 경우는 또 발견됐다. A씨의 논문 15∼16쪽에 걸쳐 있는 한 문장 역시 박 내정자 논문 2쪽과 6쪽에 있다. 옮겨 쓰다 실수로 두 번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제자 논문과 다른 부분은 박 내정자 논문 전체 13쪽 중 11쪽 일부와 12쪽 일부에 있는 ‘경로분석 결과’, ‘모형적합도’, ‘경로모형’ 등의 내용이다.

<국민일보>는 "박 내정자가 A씨의 연구방법론을 지도하는 등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줬다 하더라도, 두 논문이 비슷해도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표절 의혹을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학위 논문의 저작권자는 집필한 학생으로 비슷한 데이터와 문장을 출처없이 사용하는 것은 표절로 보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고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한 대학교수는 신문과 인터뷰에서 “박 내정자가 A씨의 논문 지도교수였기 때문에 논문의 주제와 내용, 조사방법까지 다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상태에서 유사한 논문을 제자에 대한 어떤 인용 없이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가 10일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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