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사상최대 참패-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 이강철 대통령 정치특보 등이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에 대해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라는, 한국정치사상 초유의 '사실상의 선거 포기' 선언을 할 정도로 우리당의 패색은 짙다.
우리당 수뇌부급의 '콩가루 분란'은, 한표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72시간 릴레이 유세에 나선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등에게는 말 그대로 억장이 무너지는 일일 게다. 뭐가 급하다고 며칠도 못참고 선거운동 막판에 이 추태란 말인가. 5.31참패후 제단 위에 올라올 당 헤게모니라는 '젯밥'이 그렇게 탐난단 말인가.
정동영만 '회색분자' '지역분파'인가, 김두관-이강철은?
김두관-이강철 등 친노진영은 말한다. 선거참패의 모든 책임은 '개혁 회색분자'인 정동영에게 있다고. 또한 정동영이 5.31후 부패 지역주의 세력인 민주당 등과의 연합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지역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맞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동영은 분명 '회색분자적', '지역분파적' 행태를 보여왔다. 그렇다면 김두관-이강철 류는? 지난해 노무현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우리당은 다를 바 없다"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 이들은 시쳇말로 '끽소리'도 못했다. 아니, 안했다. 앞서 노대통령이 우리당의 17대 총선 공약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장사에는 열배 남는 장사도 있는 법"이라며 매몰차게 파기했을 때도 끽소리 안했다. 얼마 전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노정권은 부산정권"이라는 지역분파 발언 때도 역시 끽소리 안했다.
끽소리만 안했나. 김두관은 경남지사 출마식에 노대통령 형인 노건평씨를 정중히 모셨고, 이강철은 청와대 근처에 횟집을 차렸다. 이들이야말로 정부여당 지지율 급락의 또다른 원인제공자들이다.
'反우리당 전선'이 만들어진 이유
혹자는 이번 5.31선거의 성격을 '반(反)우리당 전선'으로 설명한다. 한나라당, 민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이 너무 미워 무조건 우리당 반대편에 표를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우리당은 '비교우위론'을 펴고 있다. 최재천 의원 같은 이는 "우리당이 아무리 무능하고 못났더라도 한나라당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당이야말로 상위 20퍼센트보다는 나머지 80퍼센트의 중산층과 서민의 삶에 대해서 애정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도 말한다. 임채정 국회의장 내정자 역시 "우리당이 한나라당에 비해 뭐가 부족하냐”며 "도대체 이해 못할 선거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공허하고 짜증난다.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했는기에 자신보다 못났다고 단언하는 반대정파들에게 국민 표가 쏠리는가를 전혀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무의적으로 '무지몽매'한 국민에 대한 불만이 깔려있기도 하다.
실제로 노대통령은 주말에 "취임후 여대야소 기간은 1년밖에 없었다"고 노골적으로 대(對)국민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대야소'를 '여소야대'로 만든 원인제공자가 자신들이라는 반성을 정부여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내탓'이 아닌 '남탓'이다.
이러니, 국민들 사이에 광범위한 '반우리당 전선'이 만들어진 것이다.
교자필패 애자필승
야당들은 5.31후 우리당이 '공중분해'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는 한국정치사상 '최악의 여당 참패' 기록을 세우고, 그 후폭풍은 상상을 불허할 전망이다. 내분이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공중분해까지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패자의 살 길은 무엇인가.
"교자필패 애자필승(驕者必敗 哀者必勝)"이란 말이 있다. 이겼다고 교만을 떠는 자는 반드시 패하고, 지더라도 남들이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로 자기반성을 철저히 하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우리당은 벌써부터 '책임 떠넘기기' 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면에는 5.31후 당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추한 욕심까지 엿보인다. 진정한 반성이란 찾아볼 길 없다.
승자도 교만하면 반드시 패하는 법인데, 패자가 교만하면 그 결과는 단 한가지다. '몰살'이다.
Copyright ⓒ 2006-2025 Views&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