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5일 문재인 정권때 수년간 통계 조작이 있었다며 문 정권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무더기 수사 요청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감사원에서 통계조작 감사 중간 발표를 통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등이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22명에 대해 통계법 위반과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이 모두 들어갔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통계청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도 포함됐다.
이어 “범죄 혐의가 명확하진 않으나 의심되는 7명에 대해 별도의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며 “7명 중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종원 전 경제수석 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수사 요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 차장은 우선 집값 통계와 관련해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30차례가 발표된 가운데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면서 국토부에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다.
이때 주중치보다 속보치와 확정치가 높게 보고되면 사유를 보고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주중치도 실제보다 낮게 조작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감사원은 이같은 사전유출·조작이 후임 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정책실장 재임 때까지 계속됐다고 봤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장 사퇴까지 종용하면서 압박을 이어가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70주간은 아예 조사 없이 임의 예측치를 주중치로 만들어 보고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 결과 2017년 5월 이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을 한국부동산원은 19.5%로 집계했지만, KB부동산이 계산한 상승률은 62.2%에 달하는 등 통계가 크게 왜곡됐다.
국정감사 등에서 통계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한국부동산원은 2019년 일부 표본 가격을 시세에 맞춰 수정했고, 이 때문에 상승률이 급등하자 다시 예전 집값을 오히려 높게 다시 입력하는 악순환도 일어났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득과 분배, 고용 통계도 만졌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 정책실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뒤인 2017년 1분기에도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하자 통계청에 원인을 수차례 분석·보고하도록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2017년 2분기에는 가계소득마저 감소로 전환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전에 없던 가중값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소득이 높아진 것 같이 보이게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청와대 일자리수석실은 2019년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때 비정규직이 최저임금 급등으로 86만7천명이나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오자, 통계청이 언론에 '병행조사에 따른 비정규직 증가 효과가 35만∼50만명'이라고 설명하도록 지시하고 보도자료 문구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사관 28명을 투입해 집중적으로 통계조작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최종 보고서는 이르면 연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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