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능선' 오른 이명박의 마지막 고비

<뷰스 칼럼> '경영엘리트 권력론'의 허와 실

2007-08-21 15:25:15

'8부 능선' 등극론

"이제 8부 능선에 올랐다."

피 말리는 승부끝에 20일 이명박 후보의 경선 승리직후 이명박측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객관적 평가다.

범여권이 이 후보 당선후 "우리가 원하던 상대가 됐다"며 대대적 검증 총공세를 예고했으나, 경선과정에 표출된 높은 투표율이나 경선직후 실시된 여론조사 등은 이명박 후보가 8부 능선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투표율은 70.8%. 노무현-이회창간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2002년 대선때와 동일한 투표율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아주 많다는 얘기다.

경선직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급등. 56~59%대 지지율이 나왔다. 30%대였던 지지율이 담박에 배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박근혜 표의 상당부분이 이명박 후보쪽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이 후보를 지지해서라기보다는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바람의 표출이다.

현재의 추세를 잘 관리한다면 연말 대선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특히 범여권의 지리멸렬상을 볼 때 그렇다. 8부 능선에 올랐다고 할 만하다.

흔들린 '이명박 맷집 신화'

문제는 이 추세를 계속 끌고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후보는 경선과정에 온갖 검증공세에 시달렸다. 나올 것은 거의 다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진보성향 신문들의 기자들조차 경선 후반부에 "이명박 후보 맷집이 대단하다"며 이 후보 승리를 거의 기정사실화했다. 여론조사의 우위가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선 막판 크게 흔들렸다. 검찰의 도곡동 땅 수사결과 발표가 원인이었다. 이 후보가 휘청댔다. 이번에 또다시 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반 여론조사는 소폭 하락하는 정도였지만, 한나라당 당원이나 대의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정권이 본격적으로 이명박 죽이기에 나서면 이명박이 낙마할 수도 있다"는 박근혜 후보측 '이명박 낙마론'이 당원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 마음을 흔들었다. 20일 경선 개표에서 이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호언해왔고, 내로라하는 여론조사기관들 역시 압승을 예상했던 투표서 박 후보에게 패한 것이 그 증거다. '이명박 맷집 신화'가 흔들린 것이다.

20일 오후 개표가 진행되던 잠실 체육관에서 개표 진행과정은 물론 당선 발표 직후까지 이명박 후보의 얼굴이 굳어져 있던 것은 이 후보 또한 내심으로 큰 충격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물론 권력의 속성상, 검찰 등이 또다시 이명박 관련의혹 수사 등을 진행해 그 결과를 발표할 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 승리는 권력의 중심축이 '현실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 이동할 것임을 예고하는 일대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로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아직 '현실권력'이 떡 버티며 자신과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현실권력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빅뱅' 카드까지 쥐고 있다.

"앞으로 김대업 1백명이 나올 것"이란 정형근 의원 말처럼, 8부 능선에 올랐다고 안심할 때가 아직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지도부가 21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나라경제 살리겠습니다"라고 방명록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탕평'과 '당 개조'라는 두마리 토끼

이 후보는 경선 승리로 당을 접수했다. 믈론 이전에도 당 의원-당협위원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상태였다. 그러나 당 접수로 여태까지 선대위나 사조직에 의존해 일을 해오던 상황에 비해 최소한 파워가 배증했다.

이 후보는 21일 한나라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탕평'과 '당 개조' 두가지 화두를 던졌다. 상호보완적 개념일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선 대치개념이 될 수도 있는 '두마리 토끼'다.

이 후보는 당 개조 방향과 관련, 색깔-기능-모습 3가지를 꼽았다. 한나라당의 노쇠한 수구적 이미지를 탈색시키고 '일 잘하는 젊은 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분명 한나라당에 필요한 변화다.

성패는 이같은 '당 개조'가 '탕평'의 바탕위에서 진행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후보는 "어제까지의 모든 걸 잊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보 주변에선 다른 얘기도 흘러나온다. "박근혜계가 사랑채까지는 몰라도 안방까지는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얘기가 그것이다. 박근혜 진영 일각에서 흘러나온 '후보 교체론'에 대한 당연한 경계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채 마지노선'이 기본이 된다면 '당 개조'와 '탕평'은 충돌할 것이다. "점령군들이 '이명박 당'을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상대진영의 의구심과 반발이 터져나오고, 당은 내홍을 거듭할 것이다.

"정치엘리트에서 경영엘리트로의 권력 이동"

이명박 후보 핵심측근 박형준 의원은 경선직후 향후 이 후보가 추진할 '당 개조'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성명을 발표했다.

"정치엘리트에서 경영엘리트로 정치주도권이 바뀌었다"는 멘트가 그것이다. 비정치인 출신의 이명박 후보의 등극 의미를 '권력 이동'으로 해석한 것이다.

경영엘리트의 출현은 사실상 큰 의미를 내포한다. 정치권 출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표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온갖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탄생했다는 것은 경제-민생에 대한 기성 정치세력의 실패를 의미한다.

관건은 경영엘리트가 경제-민생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제대로 충족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기성 정치권은 철저히 경제관료에게 의존해 경제-민생문제를 다뤄왔다. 성장률이 낮으면 건설경기 부양을 펴고,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면 법인세를 깍아주는 식이었다. 그 결과는 양극화 심화였고 민생 실패였다. 서민-중산층 정권임을 자부해온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예외없이 되풀이한 실패다.

'공황적 위기 해결사' 될 수 있나가 관건

박형준의 '경영엘리트론'의 성패는 이명박 후보가 과거와 동일한 패턴을 밟을 것인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명박 후보의 경제공약은 그러나 기성정치권의 그것과 별 차별성이 없다.

특히 다음 정권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시작된 자산거품 파열이 상징하듯, 집권후 거품파열의 후유증으로 큰 고통을 겪어야 할 게 확실하다. 공황적 위기상황에 대비한 철저한 '비상 시나리오'의 수립이 시급히 요구되는 삼엄한 상황이다.

현재도 이명박 후보 주위엔 무수한 인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싱크탱크도 탄탄하다. 문제는 후보가 수많은 경제자문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지도자의 역할은 '최종 선택'이다.

'경영엘리트론'의 성패도 이 후보가 '공황적 위기'의 해결사가 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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