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로 와해 위기에 처한 자유한국당이 15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당 재건 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인 결과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쇄신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참회 의원총회를 열고 3시간 30분 가까이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당 수습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려던 지도부의 계획은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시작 전 "대국민 사과 발표 후 의총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친박 한선교 의원은 "먼저 이야기부터 나눠봐야 하지 않겠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후 회의를 비공개로 10분 진행한 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국민 사과문을 읽는 것으로 의총을 시작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의총에서 의원들은 최고위원회를 대신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당 해체후 재창당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처한 상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우리 자체만으로 어렵고 당을 새롭게 해체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격렬했던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김무성 의원에 이어 윤상직 의원도 "김무성 의원과 뜻을 같이하겠다"며 차기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권한대행의 대국민 사과문에 반발하는 일부 목소리도 나왔다.
골수친박인 김진태 의원은 "국정농단세력, 적폐세력, 수구냉전세력임을 인정하고 반성하자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당황스럽다"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부정하면 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반성도 좋고 혁신도 좋지만 반성하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총을 마친 의원들은 로텐더홀로 이동해 무릎을 꿇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노타이에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은 의원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국민께서는 합리적이고 품격있는 보수정당을 원했지만 거친 발언과 행태는 국민의 마음이 한국당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며 "당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책임을 전가하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드렸다"고 참회했다.
이들은 "국민이 주신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태어나겠다"며 "상투적 변화와 단절하고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을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성태 대표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저희들을 응징한 마음을 고귀하게 받아들이고 처절한 진정성으로 당의 쇄신과 변화를 이끌고 경제중심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겠다"며 "수구 냉전세력으로 비치는 부분을 혁신하고 보수·진보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체제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며 "앞으로 혁신비대위를 구성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에 대해선 "외부 영입의 길도 열려 있고 내부적인 참여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의원은 기자들에게 "세월호처럼 완전 침몰했다. 통렬한 자기 반성, 통찰이 우선되어야 하고 천천히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 당장 결론내린다고 설득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진짜 마음을 비우고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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