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을 못넣는 것에 대해서는 별 말씀이 없으시지만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대해서는 질책을 하십니다."
부상으로 지난 9일 경남FC전에 결장한 '패트리어트' 정조국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최근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리는 FC서울 팀분위기와 세뇰 귀네슈 감독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서울, 경남 2진 선수들 상대로 무득점 수모
서울은 이날 경남의 2진 선수들을 상대로 펼친 컵대회 홈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내내 경기를 지배했지만 심우연의 회심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불운까지 겹치며 골을 넣지도 승리하지도 못했다. 경기 최종결과는 0-0 무승부. 서울은 이날 승점 1점을 추가함으로써 컵대회 6강 플레이오프를 확정지었지만 최근 2경기 연속 무득점에 4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부진을 이어갔다.
이날 경남의 2진급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서울 선수들의 플레이는 최근 서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정조국의 인터뷰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경기내용이기도 했다.
물론 이날 서울의 스타팅멤버에는 박주영, 두두, 정조국, 이민성 등 시즌 초반 '귀네슈 돌풍'을 이끌었던 주축멤버들이 상당수 빠졌지만 '귀네슈의 황태자' 이청용, 김은중, 이을용 등 주전선수 상당수가 포함되어 나름대로 1.5군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만한 전력이었다.
그러나 서울의 이날 플레이는 현저하게 줄어든 스피드와 단조로운 패스경로, 그리고 부정확한 패스웍 등 시즌 초반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는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좀처럼 골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나마 후반전에 심우연과 정광민이 투입되면서 몇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기도 했으나 골결정력의 부족과 불운이 겹쳐 득점을 올리는데는 실패했다.
이날 경남의 선수들은 요소요소에서 서울의 패스흐름을 효과적으로 차단해내고 있었다. 정교하고 빠른 패스가 바탕이 되는 귀네슈의 축구가 이제 다른 팀들로부터 훤하게 읽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 서울은 지난 시즌 전기리그에서 경험했던 극심한 골가뭄을 다시 겪고 있는 양상이다.
스트라이커 부재보다 '찬스메이커'의 부재가 더 심각
이날 경기내용을 놓고 보더라도 정조국의 인터뷰 내용처럼 현재 귀네슈 감독의 최대 고민거리는 부상중인 스트라이커들의 공백이라기 보다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찬스메이커'의 부재에 있다고 보여진다.
시즌 초반 서울의 '찬스메이커'역할은 이청용, 기성용 등 젊고 재기발랄한 신진급 선수들이 잘 수행했지만 그들의 플레이가 다른 팀들로부터 분석되고 읽히면서 그 위력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던 노련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민성이 일찌감치 시즌을 접은 상태이고, 주장 이을용도 제 컨디션이 아니다.
따라서 서울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찬스메이커'의 등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스트라이커들이 5월들어 속속 복귀했거나 복귀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이들 스트라이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찬스메이커'의 존재 없이는 현재의 골부족 현상을 타개하고,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벌써부터 '귀네슈 거품'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단순히 '거품'이라고 보기엔 귀네슈 감독이 지난 겨우내 2-3개월간 심혈을 기울인 서울의 스쿼드가 입고 있는 손실이 너무나 크다. 귀네슈 감독 스스로도 10여명의 주전선수들을 시즌 초반 잃어버리는 상황을 "감독생활 20년만에 처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K리그 입성이후 승승장구 해오던 귀네슈 감독이 지금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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