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습관성 늑장플레이'에 팬들 떠나

습관화된 경기지연으로 경기흐름 끊고 실제경기시간 감소

2007-05-03 17:22:24

프로축구 K리그에서 실제경기시간을 잡아먹는 주범은 심판의 잦은 파울선언 휘슬만은 아니며, 선수들의 일상화된 '늑장플레이'도 90분의 정규경기시간의 상당부분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일 밤 수원삼성과 FC서울의 라이벌전이 벌어지고 있던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2만8천여 팬들이 경기장에 운집,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관중들은 서울의 골키퍼 김병지에게 짜증섞인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임에도 김병지가 골킥 상황에서 너무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골킥 한 번에 팬들은 답답해 숨 넘어가겠네"

김병지는 이날 골라인 밖으로 나간 공을 경기보조요원으로부터 받아 공을 킥할 위치에 두고 몇 걸음 뒤로 물러나 킥을 날릴 위치를 확인한 다음 달려가 공을 차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자세히 카운트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었지만 경기장에 운집한 수많은 팬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물론 수원 골키퍼 이운재도 수원이 리드를 하고 있던 후반전에 교묘한 경기지연행위로 팬들을 답답하게 했다.

물론 김병지나 이운재의 플레이가 아무 이유없이 그랬던 것은 아닐것이다. 적절히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고 무서운 기세로 압박하는 상대의 기세를 누그려뜨려 보겠다는 의도가 읽혀지는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가 팬들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수준이었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팬들을 위한 축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비단 골키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포지션을 막론하고 K리그 그라운드 전반에 걸쳐 '늑장플레이'는 이미 습관이 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경기시간을 감소시키는 또 다른 대표적인 경기지연행위는 파울이 발생했을 경우 파울을 당한 선수가 부상을 크게 당하지 않았음에도 무작정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다. 이밖에 드로인, 프리킥 상황에서의 경기지연, 그리고 선수교체시 교체되서 경기장을 벗어나는 선수의 느린 퇴장도 실제경기시간을 줄어들게 만드는 주범이다.

선수들, 경기장 찾아달라 호소하기 전에 신속하고 긴장감 있는 플레이 보여야

한국프로축구연맹 게시판에는 이런식의 '늑장플레이'를 비판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모든 상황이 어찌보면 승리를 갈망하는 선수들의 의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수준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팬들의 눈에 이런식의 느리고 성의없어 보이는 플레이는 팬들로 하여금 K리그의 수준을 저평가하게 만듦과 동시에 K리그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재성 부심판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리그에 만연해 있는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의 벽을 낮추기 위해 심판 스스로 먼저 나서는 한편 재미있는 K리그를 위해 파울수를 줄이고 실제경기시간을 길게 하겠다고 다짐한바 있다.

그러나 결국 재미있는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현재 K리그의 팬들은 전후반 90분의 경기중 평균 약 40분의 경기시간을 허공에 날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4월의 K리그 평균관중은 개막 첫 달인 3월에 비해 평균 약 3천명이 줄었다. 팬들의 '잃어버린 40분'에 대한 책임은 결코 심판에게만 있지 않다는 점을 팬들도 잘 알고 있다.

팬들은 각 구단과 선수들이 팬들에게 무작정 경기장에 와달라고 호소하기 이전에 그라운드에서 활기차고 신속한 경기진행으로 팬들의 '잃어버린 40분'을 되돌려주는 노력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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