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7일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원유공급 중단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과 관련, "이런 변고가 어딨나. 문 대통령이 완전히 아베처럼 돼 가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경색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하며 "일본도 아닌 한국 외교부가 유엔 대북제재를 선도하고 나서면 어떻게 하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간 정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따라하고 대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대화 6 대 제재 4'라는 기조로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최고의 압박과 관여'를 똑같이 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베를린구상'에서 북한에게 체제를 보장할 테니 대화에 나서라고 한 데 대해서도 "북한은 명색이 유엔 가입국가이다. 유엔 가입국을 상대로 체제안정을 보장한다? 그러면서 대화에 나오라? 북한이 세살 먹은 어린애냐? 왜 그런 표현을 쓰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상대를 대등한 자격으로 인정하고 협상하자고 하면서 만나자고 해야 한다"며 "마치 봐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않는다. 북한에게 내민 손을 거두지 않은 것은 좋지만, 체제안정 보장할 테니 대화에 나오라고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닌 것은 맞지만, 국가운영입장에서는 틀린 이야기"라며 "시간이 갈수록 북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된다. 바로 지금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들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우선 문 대통령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직접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 식으로 대응하는 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다시는 안 볼 상대에게 마지막으로 퍼붓는 것 같은 대북 멘트를 계속 쏟아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참모들에게 돌려 "나도 청와대에서 근무해봤다. 주변이 매우 못하고 있다. 왜 대통령을 최일선으로 내세우느냐"며 "대통령의 대외발언은 정책이다.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 표현은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 그것이 참모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냥 방치하는 것은 아주 나쁜 짓이다. 불충의 불충"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우리가 촛불로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다. 그런데 동명동모(同名同貌, 이름과 용모는 같다)이지만 다른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그는 지난 대선때 문 대통령의 자문그룹 '10년의 힘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적극 지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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