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도 "박기영은 악몽" vs 靑 "박기영 경험 필요"

ESC "文대통령, 과학기술 모른다면 현장에 물었어야 했다"

2017-08-09 10:52:30

과학계도 '황우석 파동'의 핵심 인사인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으나, 청와대는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인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68명은 9일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긴 겨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 변화를 꿈꾸던 과학기술인들의 절망을 본다"며, 박기영 본부장에 대해 "혁신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오히려 그 이름은 과학기술인들에겐 악몽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박기영 교수는 권력을 쥐었던 참여정부 시절, 스타 과학자 육성을 중심으로 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려 했고, (최근)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마자 전공도 아닌 4차산업혁명 관련 저술로 다시 나타나 유행을 좇는 모습을 보였다"며 "혁신은 유행을 모방하는 행위나 소수의 스타과학자로부터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사태의 최정점에서 그 비리를 책임져야 할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성찰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그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떤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냈는지, 과학기술계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을 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우리는 황우석 사태라는 낙인을 찍어 한 과학자의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교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모른다면, 현장에 겸손히 물었어야 했다. 우리는 탄핵된 대통령의 독단에 질렸다"며 "외교, 안보, 국방, 행정, 경제 관련 인사에선 했던 일을 과학기술계 인사엔 적용하지 않는 건, 과학기술계에 대한 무지 혹은 천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우리가 촛불 시민혁명으로 들어선 새 정부에 대해 이런 비판의 글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인사를 심각하게 재고하길 아픈 마음으로 바란다"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그러나 박기영 본부장은 정치권과 시민사회, 과학계의 강력 반발 속에서도 이틀째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있는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출근하며 자진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황우석 파동'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8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과정에서 박 본부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R&D 컨트롤타워로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그 경험이 필요했다는 게 인사의 이유"라며 인사를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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