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뿔난 中정부, '무차별적 한류 보복'

中정부 2대 지침 "한국드라마 방송금지, 한류 스타 출연금지"

2016-08-02 06:52:48

사드 한국배치 결정에 반발한 중국 당국이 한국드라마 방송금지, 한류스타 출연금지 등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선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대규모 보복이 없을 것이라고 호언하던 정부를 머쓱하게 만드는 중국측 대응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사드의 최대 피해자”라는 울분이 연예계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한겨레> 등은 2일 중국의 한류 보복 사례들을 줄줄이 전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탤런트 유인나는 최근 중국에서 28부작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다음달로 잡힌 방영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제작진의 참여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중국의 시청률 1위 채널인 후난위성TV로 방영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최근 후난위성TV로부터 날벼락 같은 연락을 받았다. “내부 방침에 따라 한국 연기자가 나오는 장면을 모두 편집해 내보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시크릿가든’의 신우철 감독은 다음달부터 12부작 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었다. 중국 최대 동영상 온라인 플랫폼인 유쿠와 국내의 S 프로덕션이 공동 제작 계약을 했고 캐스팅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갑작스레 유쿠 쪽으로부터 제작 무기 연기 통보를 받았다. 유쿠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서 제작해봤자 방영이 힘드니 미루고 보자”고 전해왔다.

베이징의 BTV와 한국의 SBS는 향후 6년간 교류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합의하고 2018년 평창 올림픽 등과 관련한 사업을 함께하기로 했다. 중국 선전부의 내락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중국 측이 7월 중순 이후 소극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드라마 외에 후베이TV의 ‘뤄궈아이(若果愛)’ 등 예능 프로도 마찬가지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해 제작을 끝내놓고 방영을 못하는 사례도 나왔다. 한·중 합작 드라마나 한류 스타 공연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방영 계획 등을 통보한 중국 측이 분명한 설명 없이 “지금 분위기상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점도 공통된 현상이다.

<한겨레>도 유사 사례들을 무더기로 전했다.

한 여배우는 중국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30% 정도 촬영을 마친 상태에서,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갑자기 촬영 중단을 통보받았다. 중국 쪽에서는 현재 이 배우를 대체할 중국 배우를 뽑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 배우가 중국과 맺은 계약서에는 ‘정부 쪽에서 얘기가 나오면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며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사드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했다.

한 남자배우는 제작비가 100억원대에 이르는 드라마 출연 계약서까지 오간 상태에서 촬영 자체가 보류됐고, 아이돌 출신의 한 남자배우도 비슷한 시기에 촬영 보류 통보를 받았다. 제작사인 판미디어홀딩스의 이창수 대표는 “중국 <시이티브이>(CETV)에서 조만간 방영할 예정으로 진행하던 ‘한중 대학창작가요제’가 보류됐다”고 밝혔다.

15년 전 중국에 건너가 한류 연구와 대중문화 평론가 활동을 하고 있는 박신희 중국이오에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방송통신위 격인) 광전총국이 얼마 전 베이징에서 각 성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한국 드라마 방송 금지, 한류 스타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 금지 등 일단 두 가지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광전총국 회의에서 결정 사항을 각 성 정부들에 공식 문건으로 내려보내지는 않았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성 정부들에도 유선전화로만 공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방송사 관계자도 “한국에 대한 제재를 이미 시작했다. 신규 합작 프로그램은 더 이상 승인이 나지 않고, 재승인이 필요한 프로그램은 모두 일시 보류 상태다”라고 말했다.

대만 <연합보> 계열 온라인매체 <연합신문망>은 30일 “중국 광전총국이 한국에 대한 ‘봉쇄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며 중국 당국이 8월부터 한국 연예인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예능·드라마) 출연을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없다 해도 사회 내 반한감정이 확산되면 불매운동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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