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한국경제 본격 공습. 수출 벼랑 끝으로

환율 124엔에 대기업-중소기업 비명, 정부는 경기호전론만

2015-05-28 17:11:45

엔저가 한국경제를 본격적으로 타격하기 시작했다.

2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24.30엔까지 급등하며 124엔마저 돌파했다. 이는 2002년 12월 이후 12년반만에 최고치다.

미국발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엔화약세 즉 엔저가 다시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한 양상이다.

가파른 엔저에 따른 수출 증대 기대감으로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는 이날도 전날보다 0.39% 오른 2만551.46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2000년 4월 12일 이후 약 15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닛케이지수는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올라 27년만에 최장기간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엔저가 다시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일본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경제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기 시작한 양상이다.

우선 원-엔 환율이 이날 890원선마저 위협받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10분 현재 100엔당 892.11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8년 2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파른 엔저에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향후 경기전망을 암울하게 보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28일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기준선 100에 못 미치는 96.4로 집계됐다.

BSI는 지난 3월 103.7로 정점을 찍은 뒤 4월 97.5, 5월 99.4, 6월 96.4로 석달 내리 기준선을 하회하며 급락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가 13~20일 중소기업 2천86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6월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90.0으로 전월에 비해 4.1포인트 하락하며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한국무역협회가 이날 공개한 회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 기업 307개사 가운데 70.3%가 "현재 원·엔 환율 수준에서는 일본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업종별로 보면 일본과 경쟁이 치열한 철강금속, 기계류 등의 타격이 가장 컸다. 철강금속 업종은 응답 기업의 74.4%, 기계류는 72.9%가 일본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답했다.

대기업 중에서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11개 상장사의 시총은 이날 종가 기준 105조8천963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13조1천134억원)보다 6.38%, 액수로는 7조원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들이 일본 기업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현대차 그룹이 엔저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며 주식을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시총 랭킹 2위 자리마저 SK그룹에게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양상이다.

이처럼 일본으로부터 대공습을 받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잗인 중국경제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수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28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321.45포인트(6.50%) 대폭락한 4,620.27, 선전성분지수는 1,050.58포인트(6.19%) 급락한 15,912.95로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외국인자금이 미국발 금리인상을 앞두고 중국시장에서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 실물경제가 좋지 않은 중국증시에 지나치게 많은 거품이 끼어있다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투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듯 국제 경제환경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으나 정부는 전세대란에 따른 아파트 매입 증가와 반짝 증시 상승에 기초해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낙관론으로 일관하고 있어, 재계 등에서도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Copyright ⓒ 2006-2025 Views&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