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가 22일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 본사 부지 고가 매입과 관련,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에 각각 공문을 보내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및 등사를 청구하며 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대차 주식의 45%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도 배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예고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 및 등사 청구 사실을 밝힌 뒤, "현대자동차그룹의 낙찰가 10조5천500억원은 한전 부지의 감정가격 3조 3천346억원의 3.16배에 달하는 것으로, 당초 응찰가격이 4~5조원 대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훨씬 초과한 것이었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 부지 낙찰가는, 부동산개발 투자 목적이 아닌 현대자동차그룹의 통합사옥의 필요성 등을 감안한 실수요 개념으로 본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위해서는 부지 매입 대금을 포함하여 향후 10년간 총 20조 원 가량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에 대해 ‘승자의 저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한전 부지의 적정 가치를 초과하여 매입한 부분만큼은 현대자동차그룹 컨소시엄 참가 계열사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또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내에 유보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자산은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와 같은 미래전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귀중한 회사의 자산"이라며 "만일 이번 사업으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에 손실이 발생한다면 그 손해는 전적으로 주주들이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어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우 회사의 득실 관계를 꼼꼼히 따진 후에 주주들에게 설명하여 이해 내지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먼저 진행해야 하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그룹의 결정으로 사업을 추진하였고,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낙찰가를 제시하여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및 합리적 근거에 대한 의혹을 자초하였다"며 정몽구 회장 및 이사진의 배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상법 제391조의3 및 제393조의2 제5항에 의하여 주주의 자격으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여 한전 부지 매각 입찰과 관련하여 각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결정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 및 등사를 청구하게 되었다"며 "이사회 의사록을 확인한 후 대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경제개혁연대와 별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정몽구 회장의 해명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여러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낙찰후 고가 낙찰 논란이 일자 "더러 금액이 너무 과하지 않냐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에 돈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오히려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입찰가격을)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한 외국인투자자는 본지에 "정 회장의 '정부로부터 사는 것이어서 결정하는 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는 발언은 정 회장이 고가 매입을 주도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고가 매입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강행했다는 의미로도 해석가능하다"면서 "만약 정 회장이 이런 식으로 매입을 한 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해, 향후 현대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의 집단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밖에 현대차 노조는 한전부지 고가 낙찰을 문제삼아 그동안 경영환경이 어렵다고 주장해온 회사 측을 반박하면서 23~26일 부분파업에 돌입하기로 하는 등, 고가 매입의 후폭풍은 날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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