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독자들께서 채우는 공간입니다.
가급적 남을 비방하거나 심한 욕설, 비속어, 광고글 등은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미투의 진정한 의미

홍명희
조회: 554

솥에 고동을 넣고 물을 끓이는 것은 물을 끓이고자 함이 아니라 고동을 삶기 위함이다.

미투운동이 온 나라의 지면과 매체를 메우고 있다. 시간이 꽤나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미투 운동의 전개방식과 진행과정은 초기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A에게 B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용기를 내어 폭로하면 A는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서로의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강제성이 전혀 없었다고 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설레발을 친다.

독자들은 일단의 가해자로 지목된 A에 대하여 봇물터지듯 비난을 쏟아 붓고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함께 분노한다.
또한 일단의 성폭행 피해자인 B에 대하여 연민을 가지고 응원을 하기도 하지만 더러는 원인 제공자로서의 책임을 전가하며 비방을 하기도 한다.
물론 누구의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운 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 알고 두 사람의 양심만 알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 이쯤이면 미투 운동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미투 피해자들의 "나도 당했어" 가 아니라
이제 성폭행이라는 '범죄'를 '범죄'인지도 모르고 저질러온 뻔뻔하고 파렴치한 한국의 남성성에 대하여 반성하고 "나도 그랬어" 아니면, "나 또한 그랬어" 하고 몰양심의 그늘로 부터 백기를 들고 나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생각 한다.

이런 추악한 성범죄가 도처에 만연하기까지 하루이틀의 시간이 걸린것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굳이 원시시대를 거슬러 인류의 기원과 발생까지 더듬지 않더라도 여성을 성적도구로만 인식하게 된 남성 우월적 사고 방식의 발로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반성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와 누이들의 희생으로 일구어 낸 자랑스런 우리의 남편과 오빠들과 아들들과 아버지들이, 숭고한 어머니와 누이들과 딸들과 아내들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며 묵과하고 감사치 않고, 그들의 뼈 속 깊이 여성이라는 단위 자체를 여자로서만
인식하고 저 울타리 안에서 길러져 언제든지 살처분 할 수 있는 닭과 돼지처럼 희생적 무리속에 가두어 놓은 정신적 산물이 아니겠는가.

하나의 생명체를 잉태하고 탄생시키고 길러내는 생식의 의미는 사라지고 단세포 생물처럼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서만 여성을 바라보는 미개한 의식이 어떻게 저 멋짐을 가장한 우리의 남성들의 뇌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통탄할 일이다.
그들이 더러운 육체의 욕망의 배설을 통해 채운 이기적인 만족감과 지배의 희열은 바로 그들 자신을 키워낸 모성에 대한 반발이며,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어 이 땅에 아들들을 태어나게 한 모성과 신성에 대한 모욕이며 모독이다.

힘으로 묘사되는 몇 푼의 돈과 위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유린 한다는 것, 더욱이 여성의 성은 또 다른 생명체의 모체로서의 범접할 수 없는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위대한 '그릇'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이제 더 이상 당신들의 어머니며 누이며 아내며 딸인 여성들이 성의 노예로서 학대 받고, 상처받고, 가슴 아파하는 일이 사람 사는 이 세상에 통용되고 허용되어서는 안될것이다.

지금 이 악습의 고리를 끊어 내지 않으면 아마도 더 이상 이 땅의 여성들로부터 사람다운 사람이 태어나기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투운동은 단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이렇게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숱한 증언들 속에서, 아직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고 있는 더 큰 아픔을 가진 미투의 희생자들이 바로 우리들의 아내며 딸이며 누이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눈물이 바로 내 가족의 눈물임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 부대를 만들어 새 포도주를 담아야 한다.
낡아빠진 구시대의 산물인 남성우월적 사상과 힘의 지배 사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투는 여성에 의한 여성만의 운동이 아니다.
진정한 민주와 자유를 구현 해 내기 위한,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운동이다.
하늘 아래 목숨 가진 자들이 다 함께 무릎끓고 하늘을 향해 나아가며 사람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목숨 걸고 함께 해 내야만 하는 거룩하고 정결한 운동인 것이다.

댓글쓰기 수정 삭제 목록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