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연재 이야기: Global Korean - 젊은 그들 <1> 쵸콜렛 여왕
Global Village를 누비며 사는 한국 젊은이 6명의 이야기를 꾸며 보았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꼭 "픽션" 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그들 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그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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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쵸콜렛 여왕
"미스 킴, 안트러프러니어(Entrepreneur) 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는데요."
"언제지요?"
"다음주 수요일 쯤이면 좋겠답니다."
"미세스 오벌린 한테 내 스케쥴 좀 체크해보라 하세요."
"물론 했지요. 수요일 오전 11시에는 코스모폴리탄 지에서 오기로 되어 있고 오후에는 현재 비어 있습니다. 오후 3시로 할까요?"
"아니, 4시면 좋겠어요. 기자(reporter) 만나는 것도 좋지만 밥먹고 숨돌릴 여유는 있어야죠."
"보스는 역시 멋쟁이!"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최우선이란 우리의 모토가 '체일'을 이만큼 올려놨는데, 사장인 내가 실생활에서 실천을 않으면 되겠어요?"
오우케이 사인을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이며 크리스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홍보(PR) 담당으로 친구 처럼 지내는 기자들이 전세계에 퍼져 있다. 물론 기자들 하나하나에 쏟는 그의 정성은 정말로 지극하다. 억지로 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할수가 도저히 없을 것이다. 크리스는 그야말로 타고난 홍보맨이다.
윤경은 그같은 인물이 한팀이 되어 일해준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자신이 행운아임을 느끼며 짦은 순간 그에게 감사를 보낸다.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오랜만에 센트럴 파크에 있는 '타번 온 더 그린'에 가볼까?
"미스 킴, 2번 라인에 C.W.씬데요." 어이구, 밥 사줄 사람 까지 나타났네.
얼른 2번 라인을 누르며, "아하! 점심 사주러 나타나셨나? Welcome back! 언제 왔어요, 아니, 언제 가요?" 나즈막 하지만 생기 있는 목소리로 속사포 처럼 쏘아덌다.
"새벽 비행기(early morning flight)로 왔지. 내일 저녁에 돌아가. 왜, 나 아니면 점심사줄 사람도 없다니 어찌된 일이야?"
"자신이 운이 좋은 사나이라고 느낄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early morning flight도 지겹지 않지."
"고마워, 고마워. 어디로 할까?"
"타번. 12시."
"한시간 여유는 주시네. 그럼 거기서 봐."
윤경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싱긋 웃는다. 채충원. 15년을 변함 없이 그만한 거리에서 조용히 있으면서 점심, 저녁을 사주는 남자. 전혀 부담을 주지않는 사람.
충원은 이미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그는 언제나 윤경 보다 5분쯤 먼저 도착해 있다. 신기한 남자. 기특한 남자. 마구 대할수 없는 남자.
"월 스트리트 저널에 그정도 크기로 소개 됐으니 꽤나 시달리겠군. 그래도 이렇게 무드 있는 점심도 먹을수 있다니 역시 훌륭해."
"아시아판(Asian Wall Street Journal)에 실렸을 때완 확실히 달라. 요즘 크리스가 정신 없어. 그많은 기자들 챙기자니...."
"김윤경 사단의 유능한 멤버들에게 무슨 어려운 일이란게 있겠어?"
"정말 모두들 너무 고마워. 내가 운이 좋지, 뭐. 그쪽도 재밌게 하고있지? 거기 사람들도 대단들 히잖아."
"덕분에 내가 이렇게 맘놓고 돌아 다니잖아. 드링크 뭐할까?"
"미네랄 워터. 요즘 담백한 것만 먹고 마시는 주기(phase) 인가봐."
"쵸콜렛 장사꾼이 그건 좀 안 어울리는거 아냐?"
"담백한 쵸콜렛도 만들어 내면 될거아냐?"
"허긴 윤경킴에게 불가능은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말했으니까."
"하하, 그 기자 참 귀여웠어(cute). 이소리 저소리 묻는데 그냥 나오는대로 척척 대꾸해 줬더니 흥이나서 계속 질문을 해대는 거야. 나도 재밌었어. 똑똑한 기자들 만나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신나게 떠들게 돼."
충원은 샴페인을 한잔 시켰다.
"근사한 일이라도 있는거야?"
"매일매일이 축복 받은거 아냐? 난 샴페인의 버블이 좋아." 충원은 둘러댔지만 실은 윤경과 점심을 할수 있은것에 대해 혼자 축하하는(celebrate) 중이었다. 월스트리트의 기사를 보고 반가움에 억지로 짬을 내어 비행기에 올랐지만 윤경이 정신없이 바쁠 것 같아 그저 지나는 길에 그녀의 사무실에 들른척 잠깐 얼굴이나 보고 갈 생각이었다.
"뜻한바를 이뤘으니 이젠 뭐할거야?" 충원이 지나치듯 묻는다.
"이제 시작이지, 뭐. 언론(media)에서 떠드는 거야 잠시 일테고, 계속 발전해서 굳건히기반을 다지려면 아직 멀었어."
충원은 잠시 서글픈 생각이 들었지만 멀쩡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잔을 쳐들었다.
"For you and your chocolates!"
윤경은 그의 얼굴에 아주 엷게 스쳐가는 수심의 그림자를 보았다. 지금은 모른척 하자. 지금은 그저 기분 좋게 점심을 먹자.
그들은 16년 전에도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었다. 대학교 일학년 여름방학, 모험심에 가득한 새파란 청춘들이 배낭(backpack) 하나씩 짊어지고 세상을 제패하겠다며 의기양양하게 길을 떠났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던 그 경험이 생생하게 배어 있는 바로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