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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연재이야기: Global Korean - 젊은그들 <2> 그때 그여름

YK
조회: 5379

<연재이야기>

“Global Korean: 젊은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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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llage를 누비며 사는 한국 젊은이 6명의 이야기를 꾸며 보았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꼭 "픽션" 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그들 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그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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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때 그 여름

“미국을 진짜로 배우는 배낭여행. 1990년 여름, 6명의 한국 대학생들과 두달간 미국 대륙횡단(cross country)을 하려함. 희망자는 왜 자신이 참가자로 뽑혀야 하는지 이유를 적어 다음 주소로 우송할것. 일인당 예상 총경비 250만원.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70-7 Y.S. Chin”

"야, 너 이 광고 봤니?"

영미가 이번주 학보를 내 코앞에 들이밀며 물었다.

"응. 자신만만한 사기꾼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호기심이 발동하더라."

"국제 인신매매단? 그렇담 우리가 일망타진 할수도 있겠다. 머리만 잘쓰면 우리가 당하기야 하겠니? 어때? 어차피 어학연수라도 다녀 오려던 차에 여기 한번 속는셈 치고 답을 내봐?"

"나도 그럴 생각 이었어. 의심쩍으면 일단 주소지를 찾아가서 뭐하는 곳인가 살펴 보면 될거아냐."
"거 좋은 생각. 첩보원 같이 멋있게 한번 해봐? 오늘 오후 강의 스케쥴이 어떠셔? 쇠뿔도 단김에 뽑지, 뭐."

"좋아. 이따 두시반에 도서관 앞에서 만나자."
"오우케이. 이따봐!"

영미는 소리치며 바삐 강의실 쪽으로 뛰어갔다.
우리는 우선 신사동 동사무소를 찾아가 주소지의 위치를 파악했다. 현대백화점 건너편 동네엔 골목골목 5,6층 정도의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들어차 있는데 번지수가 적혀 있지 않아 한참을 헤맨 끝에 지은지 오래 돼지 않은듯한 깨끗한 유리 건물에 들어가 관리인 아저씨에게 번짓수를 확인하니 맞는다는게 아닌가!

"누굴 찾나들? 무슨일로?"
"Y.S. Chin 이란 사람이 이건물에 있나요?"

"아, 6층 말이군. 저기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 가봐요."
"아저씨, 혹시 거기 뭐하는 덴지 아세요?"

"이력서(resume) 내려고 온게 아닌가? 거긴 미국 교포들이 하는 회사예요. 무슨 컨설팅인지..."

아저씨는 말끝을 흐리며 우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입주자를 보호 하려는 방어자세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저희 한테 초대장(invitation)이 왔거든요. 그래서 확인 하려고요."

얼른 적당히 둘러 댔는데 아저씨의 얼굴이 의심 (suspicion)을 풀지 않는다. 이럴땐 피하는게 최고인지라 꾸뻑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엘레베이터로 발길을 옮겼다. Invitation 이라니! 누군지 서로 알지도 못하는데 그런걸 보낸단 말인가. 나도 좀 너무했구나.

6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대로 사무실 안으로 통하게 되어 있고 탁자 위에 "어서 오십시요. 종을 흔들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라는 안내문과 함께 조그만 종이 하나 놓여 있었다. 사무실은 아늑하고 깨끗했으며 아주 밝았다.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말끔한 청년이 입구(entrance) 쪽으로 나오다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저, Y.S. Chin씨...."
"사장님이요? 만나뵙기로 되어 있나보죠? 이쪽으로 오세요."

우리는 얼떨결에 그사람을 따라 들어갔다.

"손님 오셨는데요."

문이 반쯤 열려 있는 방 앞에서 그사람이 안쪽에 대고 말했다.

"손님? 누군가?"

컴퓨터 키보드 앞에서 무슨일엔가 열중하고 있던 안쪽의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김윤경 입니다. 학보에 나온 광고를 보고...."
"아, 그래요. 들어오세요. 확인하러 왔나보죠(Came to check on me)? 인신매매단 일까봐?"

우리는 속마음을 들킨듯해 찔끔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 이라고 불린 사람은 의외로 젊게 보이는 여자였다. 첩보원이요 뭐요 큰소리 치던 영미는 말한마디 못하고 내 뒤만 졸졸 따라왔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다니다 미국에 가서 20년 정도 살았어요. 한국 젊은이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세상을 체험하고 또 앞으로 신나게 활약 했으면 싶어서 올여름엔 엉뚱한 계획을 세워 본거예요. 미국 가본적 있어요?"

"아니, 이제 대학에 갓들어 갔거든요. 여름방학에 어학연수라도 가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셔서 막연히 생각 중 이었어요."

"영어엔 자신 있어요?"
"하면되죠, 뭐. 그사람들도 다 사람인데 미소 잘 지으면 대충 통할수 있지 않을까요?"

"용기가 됐어. 그런데 실력이 받쳐줘야 진짜지."
"실력은 쌓고 키우면 되죠."

"자신감(self confidence)이 맘에 드는걸. 그렇다고 다된건 아니고, 광고에 있는대로 해야해요. 이건 사실 반칙(against the rule) 이잖아. 이렇게 찾아오는건...."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꼭 다시 뵙게 될걸로 믿습니다."
"반가웠어요. 기대 할께요."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가 맘에 들었어."

밖으로 나오자 영미가 먼저 수선을 피웠다. 나도 사실 그말엔 동감 이었다.

"그사람 근사한 사람 같아. 뭔가 많이 배울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는 열심히 자신이 뽑혀야만 하는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미는 우리가 찾아 갔었던 이야기를 상기 시켜 그여행에 대해 얼마나 열성적인가 강조해야 된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일과 상관 없이 그쪽에서 요구한 것만으로 승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가지고 안되면 그때 다시 찾아가 정식으로 나를 소개하고 부탁을 해보리라 마음 먹었다. 어쨌거나 꼭 참가해야 한다고 다짐 하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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