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신문> 이형모 대표 '성희롱' 관련 사퇴, 문제 있다
[한국인권뉴스 2006. 9. 14]
[논평]‘시민의신문’ 이형모 대표 '성희롱' 관련 사퇴, 문제 있다
시민의 신문( http://www.ngotimes.net/ )은 13일 사고(“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본지 대표이사 성희롱 사건과 관련하여”)에서 이형모 대표이사가 모 시민단체 여성 간사를 수차례 성희롱한 사실을 시인하고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피해자의 자진 사퇴 요구를 받아들여 시민의 신문 및 유관기관에서 사퇴하기로 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 대표는 시민의 신문 대표이사 외에도 현재 맡고 있는 '희망포럼' 운영위원장, '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장, 시민방송(RTV) 부이사장 등 직에 대한 사퇴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사퇴에는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사과문이 시민의 신문 임직원 일동 명의로 발표된 점이다. 이 대표의 성희롱 건은 임직원 누군가가 중간에서 어떤 보조역할을 맡지 않은 이상 시민의 신문 임직원들과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을 낸 것은 이번 일이 시민의 신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옳지 못하다. 아무리 도덕성이 요구되는 시민단체라 해도 개인의 사생활을 대신 책임질 수는 없다.
이 대표의 성희롱 사유가 오리무중이다. 시민의 신문 보도만으로는 이 대표가 어떤 성희롱으로 모 여성간사에게 얼마만큼 피해를 주었는지 그리고 시민사회에 어떻게 물의를 일으켰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팩트(사실)는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출발점임에도 시민의 신문은 팩트를 일체 보도하지 않은 채 사과문으로 어물쩍 대체했다. 독자에 대한 이러한 불성실한 보도자세는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사과를 안 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의도적으로 은폐했다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실은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성(性)과 관련한 시민사회단체의 알레르기 현상이다. 한국사회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어야 할 정도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물론 그러면 더욱 좋다. 그러나 우리는 신이 아닌 까닭에 어떤 형태로든 모순을 범하고 살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성희롱’으로 얼마만큼 큰 죄를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과문에 나타난 문맥으로는 그의 사회생활이 더 이상 불가능한 것 같다. 한 인간이 ‘성희롱’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공인으로서의 생활을 순식간에 종지부 찍어야 할 정도로 이 사회는 정말 건강한지 시민사회단체의 알레르기 현상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일은 지난시기 장원 씨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도 권력투쟁은 엄존하며 이 와중에 성 문제는 미묘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피해자에게는 합당한 위로가 주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한 인간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방향으로 귀결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따라서 이 대표는 스스로 사실을 밝히는 게 좋다. 그리고 법에 따라 처벌(필요하다면 심리치료를 포함하여)을 받은 다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시민운동에 계속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대표가 다시 일어나 성숙한 자세로 일할 수 있다면 개인이나 사회에 더욱 보탬이 될 것이다.
최 덕 효 (한국인권뉴스 대표)
※ 이 자료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가 제공합니다.
평등연대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부르주아적 급진여성주의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네트워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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