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개성공단을 군사대결의 장으로 만들지 말라"
<토론회> "<조선일보>의 'B-2, 평양 주석궁 타격' 보도, 무책임 극치"
9일 새누리당사를 찾아 황우여 대표 등을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이 토로한 보수언론에 대한 불만이다. 북한이 일부 언론의 보도를 빌미 삼아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자 벼랑끝에 몰린 입주기업들의 불만은 이처럼 폭발 직전이다. 최근 청와대에서도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 행태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에서는 '위기의 한반도, 언론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고승우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정책위원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언론의 가장 무책임한 보도 사례로 지난 3월 28일 <조선일보> 온라인에 실린 '[속보] B-2 전략폭격기 평양 주석궁 타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꼽았다. <조선일보> 기사는 제목을 마치 B-2 전폭기가 북한을 직접 타격한 것처럼 뽑았지만, 실제 기사는 한반도에서 폭력 훈련을 실시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상파와 종편의 보도에 대해서도 "지상파는 미국 특파원을 통해 미국 정부가 각종 첨단 무기를 한미 군사훈련에 파견하는 것을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종편은 탈북군인과 지극히 냉전적 평론가를 주로 등장시켜 북한 때리기에 주력했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달러박스'라며 북한의 핵실험 자금으로 전용된다는 주장을 펴온 일부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개성공단은 북측의 군사 기지를 철거하고 공단을 지은 것이라는 점에서 북측 입장에서는 일단 유사시 남측 군이 진입할 수 있는 군사적 취약지구"라며 "이런 중차대한 점에 대해 보수세력이 침묵하는 것은 개성공단을 심리전 차원에서 농락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 위기가 고조될수록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지만 언론 등은 이를 주요 의제로 삼지 않는다"며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언론이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않으면 전체 사회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대부분의 기자들은 정치.경제.사회분야를 다룰 때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만 유독 국방부와 통일부에 가면 정부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는 행태가 보편화돼 있다"며 "'우리는 모두 옳고 북한은 모두 틀렸다'는 전제 아래 기사를 쓰면서 비판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현재 남북관계 보도에서 '받아쓰기'가 횡행하는 데는 언론의 상업주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언론인의 비판적 검증 기능을 환기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은 "비판적 검증도 필요하지만 현실적 출구전략이 필요한데 지금의 상황은 언론이 이런 걸 예측하고 제어하고 보도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선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언론이 더 출구전략에 집중해 보도를 쏟아내서 국면전환을 이루는 데 일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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