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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판 김형욱 살해사건' 발발?

푸틴 비판하던 KGB 전 요원 '독극물 살해'

독극물에 중독돼 '러시아 배후설' 의혹을 일으켰던 전 러시아 비밀경찰(KGB) 요원이 영국의 한 병원에서 끝내 사망, '러시아판 김형욱 살해사건'의 재연이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전 KGB 요원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43)가 급속히 상태가 악화돼 이날 병원에서 사망했다.

리트비넨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오다 영국으로 망명했으며, "3년 전엔 3백 명 이상이 사망한 1999년 모스크바 아파트 폭파 사건의 배후에 KGB의 후신인 연방보안부(FSB)가 있다"고 폭로하는 저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또 러시아 신문사 ‘노바야 가제타’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 살해 사건 또한 러시아 정부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폴리트코프스카야는 러시아 당국이 체첸공화국에서 저지른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하고 푸틴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하다 지난달 7일 귀가하던 중 자신의 아파트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이같이 끊임없는 폭로로 푸틴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온 리트비넨코는 지난 1일 관련 자료를 입수하려 2명의 제보자를 만나고 귀가한 후 곧바로 쓰러졌다. 당시 병원 측은 그가 후송된 직후 “리트비넨코가 치명적 독극물인 탈륨에 중독됐다”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리트비넨코가 쓰러진 날 만난 2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전날 이번 사건과 관련 “라트비넨코에게 발생한 일은 유감”이라고 밝히고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어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음모론을 일축한 뒤, “러시아 정보당국은 독살이나 암살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에 비판적인 인사들의 잇따른 의문사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은 물론, 세계의 따가운 시선도 크레믈린궁으로 쏠리고 있어 이들의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비판적 인사들의 잇따른 암살로 전세계의 의혹을 사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 ⓒ연합뉴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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