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법과 국민, 완전묵살하는 '대한주택공사'

법원 7번째 분양원가 공개 판결, "이제는 주공 해체 적극 검토할 때"

법원이 또다시 공기업 대한주택공사에 대해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7번째 분양원가 공개 판결이다. 그러나 주공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법부 판결을 묵살하고 있다. 이는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하는 국민 90%에 대한 '저항'이자, 분양원가 공개를 명령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기도 하다.

법원 7번째 분양원가 공개 판결, 주공은 '피식'

서울고법 특별6부(재판장 이재홍)는 23일 고양시 풍동 주공아파트계약자대표회의 대표인 민모씨가 주공을 상대로 낸 행정정보 공개 청구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주공에 분양원가 공개를 지시했다.

2004년 4월 아파트를 분양받은 민씨는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20~30%나 높다"는 입주민들의 불만을 대변해 주공 인터넷 홈페이지에 토지매입보상비.택지조성비,세대별 건설원가, 부대비용 등 7개 항목의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당시 민씨는 "서울시 도시개발공사(SH공사의 전신)이 공개한 분양원가 산출내역 방식을 준용해 추산한 결과 주공이 분양가의 48%에 달하는 막대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공 측이 원가공개를 거부하자 민씨는 소송을 냈으며, 지난해 7월 1심에서 승소했다. 주공측은 그러나 "분양원가는 영업상의 비밀로, 정보를 공개하면 지역 간 손익배분의 형평성에 논란이 생긴다"는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했으나 이날 2심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분양가가 정당하게 산출됐다면 그 근거가 공개되더라도 주택공사의 이익이나 국민의 재산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분양가 산출근거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분양가 산출근거가 공개됨으로써 분양원가 산출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공공기관이 내부적으로 빠지기 쉬운 행정 편의주의와 형식주의, 권한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는 데 유효한 수단일 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주택정책과 행정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정보를 공개하면 수익 및 손실에 대한 적정성과 지역 간 손익 배분의 형평성 논란이 야기된다고 주장하나 이 정보가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같은 이유만으로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주공에 분양원가 공개를 지시했다.

주공은 오래 전부터 원성의 대상이었다. 전국철거민협의회가 2002년 회원 1천명을 대상으로 '2002년도 10대 부동산 투기꾼'을 선정한 뒤 서울시의회앞에서 이들을 규탄하고 있다. 1위는 건교부, 2위는 주택공사, 3위는 토지공사 등 이른바 '3인방'이 나란히 선정됐다. ⓒ연합뉴스


법원, 주공의 교활한 '분양원가 공개 무력화'에 쐐기

특히 이번 고법 판결은 분양원가에 대해 단순 자료가 아닌 '정리된 내역'을 공개하라는 청구를 인정했다는 점이 의의가 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다.

주공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그때마다 주공은 법원으로부터 원가 공개를 판결받았다.

한 예로 지난 2001년 포항시 환호 재건축아파트의 주민들은 시공사인 주공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 1-2심에서 모두 주공을 이겼고, 같은 해 서울 신림동 재개발 아파트 조합원들이 제기한 분양원가 공개소송에서 1-2심 모두 패소했고 주공은 이에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주공은 그러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사실상 분양원가 공개를 무력화했다. 정리된 분양원가 내역을 공개하는 대신 수천 쪽에 달하는 원가 자료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건설 전문가가 아닌 일반시민이 이를 활용할 수 없도록 만드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정리된 내역'을 공개하라는 이번 고법 판결은 이같은 주공의 꼼수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일진보한 판결로 평가받고 있다.

주공은 그러나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곳곳서 주공에 원가공개 소송, 주공은 법원판결 묵살로 일관

이번 서울고법 판결은 지난 2년여 사이에 주공에 대한 7번째 분양원가 공개 판결이다.

현재까지 주공을 상대로 제기된 '분양가 정보 공개 소송'은 전국적으로 일산, 인천, 양주 등 모두 19건에 이른다. 그 중 4개의 1심 판결, 3개의 2심 판결에서 모두 주공에 대해 원가공개 판결이 나왔으나 주공은 이들 판결 모두를 묵살하고 항고 또는 상소를 했다.

주공은 이미 지난 2월 17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주공임대아파트 분양가 산출근거내역 공개 판결을 받은 바 있으나 전면 거부, 현재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황이다. 말 그대로 사법부조차 묵살하는 '초법적 존재'로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주공은 분양아파트 뿐만 아니라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도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주공이 공급하는 임대아파트 가운데 10년공공임대와 5년공공임대아파트는 각각 10년, 5년 임대후 분양전환하고 있는데, 분양전환시 주공은 계약자들에게 분양가산출내역이나 근거없이 분양가총액만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가난한 서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앞에서 경실련 회원들이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영순 의원 "주공, 사법부도 겁 안내고 민간업체보다 더 악질적"

당연히 '초법적 존재'처럼 행세하는 주공의 행태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고법판결과 관련, "이번 판결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고 환영할 일"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주공 원가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도 사법부도 무서울 게 없다는 듯이, 민간건설업체보다 더 악질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주택공사가 공법상 우월한 지위만을 유지하고, 국민의 요구에 반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더 이상 공기업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주공 해체를 주장했다.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부동산값 폭등에 큰 책임이 있는 이들 공기업을 차제에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분양원가 공개를 관철하라는 특명을 받고 새로 취임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용섭 건설교통부 내정자가 주공 등의 저항에 어떻게 대처할 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최병성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