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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시의원 “양성평등 부르짖는 집단에 한푼도 줘선 안돼”

여성계 "서울시 의회판 '제2의 최연희 사태'" 분노

열린우리당 소속의 한 서울시 의원이 시 예산을 지원받는 여성단체가 설립목적에 '양성평등'이란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로 예산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시 의원은 또 "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포수가 잘못 받으면 안되지 않느냐"는 성차별적 비유로 자신에게 딸들만 있는 이유를 설명, 여성계를 한층 격노케 했다.

"투수가 아무리 잘해도 포수가 잘못 받으면 안되지 않냐"

20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위원장 이봉화)가 입수한 서울시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보건사회위원회 소속 위원인 홍광식(비례대표)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여성재단, 여성플라자, 동부여성플라자 등 관련 여성단체에 대한 행정사무감사 과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재단법인 서울여성 김금래 상임이사에게 “양성평등이라는 말이 우리나라만 쓰는 말이냐, 외국 사례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이사가 “외국에서 쓰는 용어”라고 답하자, 홍 의원은 “그러면 외국에 어떤 사례가 있다는 것을 나한테 자료로 달라. 그런 용어(양성 평등)를 쓰면서 그렇게 하는 나라가 어느 나라에, 어떤 문구에 그런 것이 들어 있고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저한테 줬으면 좋겠다”며 “왜냐하면 너무 양성평등을 막 부르짖으니까 그래서 그렇다”고 자료제출 이유를 밝혔다.

홍 의원은 이어 “설립 목적에다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겠다, 이런 목적을 하는 데에다 84억씩 왜 주냐 이런 생각이 든다”며 “돈 하나도 주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이 든다. 돈을 왜 주느냐, 겨우 주었더니 서울여성에다 26억 5천, 또 서울(여성)플라자에 36억 5천, 동부(여성플라자)에다 21억 4천, 이래서 약 84억이 들어가는데 이런 집단에다 왜 주느냐 이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면 남자는 군대 가지 않나? 군인의 의무가 들어가지 않나? 여성은 자녀를 낳지 않나? (남녀는 이렇게) 틀리다, 틀려. 틀리게 생기고 원천적으로 틀린 것을 가지고 무슨 뭐 양성 저것을 한다고 해서 이렇게 해놓으면 상당히 본인 스스로 거부감을 안 느끼냐”라고 여성단체 대표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급기야 자신의 집안내력까지 들며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관련 여성단체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그는 “우리 사위도 딸한테 쩔쩔맨다. 그래서 내가 ‘너 와라’ 그러면, ‘집사람이 못 가게 하는데요', '야 이놈아 집사람 말을 듣냐, 네 마음대로 해야지’...지금 그런 세상”이라며 “그러니까 여성권익 신장도 좋고 다 좋지만 지금 남성이 오히려 더 처져있는 거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 자신이 아들 없이 딸만 셋 있다며 “투수(남편)가 아무리 잘해도 포수(아내)가 잘못 받으면 안되지 않냐”는 성차별적 비유를 쓰기까지 했다.

그는 감사 말미에 거듭 '재단법인 서울여성'의 김 이사에게 “저는 지금 딱 하나, 양성평등이라는 이것 하나만 (재단 설립 목적에서) 지워줬으면 좋겠다 이거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거듭 '양성평등' 삭제를 촉구했다.

여성계 “서울시 의회판 최연희 사태” 강력 반발

홍 의원 발언이 알려지자 여성계는 '서울시 의회판 제2의 최연희 사태'라며 홍 의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위원장 이봉화)와 공무원노동조합 등은 20일 오전 서울시 의회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차별 망언, 홍광식 시의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고 홍 의원 발언을 규탄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성추행 국회의원 최연희에 대해 법원이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하자 환영 논평을 내며 최연희 의원의 사퇴와 한나라당의 공개사과를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홍광식 시의원의 성차별 망언으로, 열린우리당도 말로만 ‘양성평등’을 외칠 뿐 소속의원들의 자질 검증이나 의식 개선을 위한 하등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한나라당보다 한 치도 나을 게 없는 후진적인 정치집단임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열린우리당을 싸잡아 질타했다.

홍광식 "여성 비하 의도 없어"

논란이 증폭되자 홍 의원은 "전혀 여성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홍 의원은 20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나는 적십자, 걸스카웃 등에서 평생을 여성운동을 한 사람"이라며 "내가 어떻게 여성을 폄하할 사람이냐"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문제발언에 대해선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너무 강조해 쓰면 아직도 남자가 여성에 군림하는 그런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겠다는 차원에서의 문제제기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양성평등이라는 것이 '토론의 주제'라면 얼마든지 좋은데 여성단체의 설립목적에까지 강조되는 것은 아무래도 좀 부적절한 것 같아 그런 말을 한 것이지 결코 여성을 비하하려고 쓴 표현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가 좀 더 정리정돈을 잘해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정리를 잘 못해 발언해 논란을 빚은 것 같다"며 "그러나 내 말의 의도나 본질은 전혀 그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대한노인회 사무총장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실장, 국무총리실 저출산ㆍ고령사회 확대회의 실무위원회 위원,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실행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양성평등 용어를 부정하며, 양성평등 실현을 목적으로 한 여성단체에는 시 예산 지원을 하지 말자는 망언을 해 물의를 빚고있는 열린우리당 홍광식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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