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수해대란'에도 산으로 올라간 한나라호
지도부, 자리 놓고 또 으르렁, 이윤성은 '생활정보' 교육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에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지명했다. 홍문표 사장과 정우택 전 지사는 친이계와 친박계로 분류되는 충청 인사지만, 지난 경선과정에서 홍 대표를 지지했다는 설이 당내에 돌고 있는 인사들.
그러자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을 비롯한 나머지 지도부 모두 "호남 배려는 어디간 거냐?"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비판에는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에 황우여 원내대표, 이주영 정책위의장까지 가세했다.
홍 대표는 이에 호남권 배려를 위해 호남대책위원장을 별도로 신설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고위원들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회의후 기자들과 만나 “충청권을 배려하면 호남권도 배려해야 한다”며 “(이번 인선으로 인해) 홍대표가 심각한 지도력 손상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대표가 지명은 하지만 당헌당규에 의해서 표결은 안할 뿐 협의는 한다”며 "홍 대표 논리는 총선에서 의석이 나올 수 있는 충청에 집중하고, 호남은 총선 이후 다음 지도부가 배려하라는 것"이라고 호남 홀대를 비난했다.
김기현 대변인이 브리핑한 비공개 회의 내용을 봐도 '서울 수해'는 아예 관심사밖이었다.
홍준표 대표는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중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바람에, 춘천에서는 산사태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며 "오늘 이 회의가 끝나면 황우여 원내대표님과 재난재해대책위원장이 현지에 가서 사고실태를 조사하고 조속히 회복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춘천 펜션 붕괴 사고만 거론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역시 "내가 오늘 중진회의 마치고 현장에 가보겠다. 한명이라도 인명피해를 줄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대해서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물샐 틈 없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호우피해가 상당히 나고 있다. 정부 측에 대해서 피해에 대한 구조·구호와 예방대책에 만전을 기하도록 당부를 하고 당 정책위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압권은 중진인 이윤성 의원의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새벽 6시 반에 오늘 최고중진회의 참석차 호우를 뚫고 올라 왔다. 곳곳이 여의도 진출 입로가 물에 잠겨서 막히고 있다"며 서울 수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생활정보 하나 알려드린다"며 "보통 우리가 시간당 30mm, 50mm의 폭우가 내린다고 할 때 우리가 자동차를 탔을 때 윈도우 와이퍼가 최대속도로 맞췄는데도 앞이 흐려서 운전이 거의 불가능하다하면 시간당 30mm이상의 폭우가 내린 상태이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비가 많이 올 때 어느 정도 오는가, 기상청에 알아봐라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생활의 지혜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뜬금없이 '생활정보'를 설명하며 말을 끝냈다.
한나라당호가 엉뚱하게 산으로 올라간 한나라당다운 회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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