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아! 어머니 왜 저를 여성으로 낳으셨나요?"

한 여성노동자가 최연희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아마 지금 당신은 '어디 이런 추잡한 경우와 나를 비교하냐'고, '어디 용역경비와 국회의원을 비교하냐'고 화내실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 술로 인한 실수였다고 말한 당신을 봤습니다. 사람들의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물었던 당신의 삶이 떠오르더군요. 저희 병원도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성조합원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몸의 상처와 마음의 병을 남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폭력 공화국에서 사는 당신도 우리를 괴롭히던 용역경비들과 별반 다르지 않군요. 가해자인 당신들은 우리의 깊은 상처, 피맺힌 눈물을 알지 못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쓴 편지일까?

부천 세종병원 여성 조합원이 성추행으로 일약 국민적 스타(?)가 된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다.

민주노동당 소식지 <판갈이>에 세종병원 여성조합원 김향수씨가 지난 23일 최연희 의원에게 편지를 썼다.

세종병원이 고용한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의 물대포와 소화기 분말 살포로 괴로워하는 여성조합원 ⓒ보건의료노조


김씨는 최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직장이 병원이라고 하면 다들 '백의의 천사'를 떠올리며 부러워합니다. 저희들도 환자보호자를 위해 정성을 다했고, 보람도 느끼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용역경비들과 중간관리자들의 상시적인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는 세종병원 여성조합원들은 더 이상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폭력의 희생양'입니다”라고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서두를 꺼냈다.

“저희 세종병원 조합원들은 조합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직원들과 차별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측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18년간 노사가 맺어온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해버렸습니다. 잦은 부서이동과 징계, 해고, 노조탈퇴 종용, 대화 거부...”

김씨는 최 의원에게 거듭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당신처럼(최연희) 법을 집행했고,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를 위해 법을 만들었는지... 우리는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국민이었다”면서 “세종병원 로비에서 농성하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 생전 처음 들어본 소리가 있다. 과연 무슨 말일까 궁금해 하실거다. 여성이 대부분인 저희 조합원들은 파업 두 달 여 동안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110kg 되는 거대한 몸집의 용역경비들과 병원측 관리자들에게 평생 듣도 보도 못한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그는 계속해서 “예를 들면 ‘××년아 ×같은 년아, 아가리 찢어 놓는다, 저년, 칼로 얼굴을 그어 버려, 너 같은 년 몸 만지기도 싫어, 너도 여자냐, 난 남자인줄 알았다’며 감히 소리내어 입 밖으로 다시 읊조린다는 것조차 창피하고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 지금 당신은 '어디 이런 추잡한 경우와 나를 비교하냐'고, '어디 용역경비와 국회의원을 비교하냐'고 화내실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는 병원측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좀처럼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


김씨는 최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말미에서 “얼마 전, 술로 인한 실수였다고 말한 당신을 봤다. 사람들의 잘잘못을 가려 책임을 물었던 당신의 삶이 떠오르더라. 우리 병원도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여성조합원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몸의 상처와 마음의 병을 남겼다”면서 “그러고 보니, 성폭력 공화국에서 사는 당신도 우리를 괴롭히던 용역경비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최 의원에게 일침을 가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가해자인 당신들은 우리의 깊은 상처, 피맺힌 눈물을 알지 못한다”며 “ 힘없고 약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수치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고 고백했다.

결론적으로 김씨는 다음과 같이 최 의원에게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했다.

“아, 어머니는 왜 나를 여성으로 태어나게 하셨을까, 만일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110kg이나 되는 용역들에게 그렇게 수많은 일들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폭언을 들을 때마다 엄마가, 아니 어머니가 때로는 원망스럽습니다. 여리디 여린 여성들을 누가 보호해주어야 할까요. 이 땅의 여성이 다시는 폭력과 성추행의 희생양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지금도 농성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당신도 깊은 상처를 가슴에 지니고 사는 여성들, 성폭력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을 위해, 당신의 잘못에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 이렇게 큰 범죄를 저지른 국회의원이 아무렇지 않게 의원직을 유지한다면, 우리 여성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란 말입니까? 대한민국의 정의를 위해 일생을 살아왔다는 당신의 말이 진정이길 바랍니다”
김동현 기자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