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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5년뒤 사회동력 어디서 끌어올지 걱정"

[토론회] 사회포럼 2일째,"대학, 완전한 망각에 빠져"

“애당초 진보는 어렵고 불편한 길을 가는 것이다. 진보는 언제나 위기였고 힘든 것이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가야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의 위기라는 말은 나에겐 별로 와닿지 않는 말이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은 “진보가 위기인가”라는 물음에 이같이 답변했다. 최근 한겨레 기자들이 한국방송(KBS)을 비롯해 타 매체로 옮겨가는 등 한겨레를 떠나는 것을 두고 얼마 전 했던 말을 반복한 셈이다. 그는 한겨레 기자들의 전직사태에 대해 “한겨레가 가는 길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가는 것”이라고 한겨레 구성원들을 독려한 바 있다.

“진보는 늘 위기였고 늘 힘들었다”

한국사회포럼 2일차를 맞는 24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1층 로비에서는 ‘특별한 3인’의 ‘특별한 대담’이 열렸다. 홍세화 시민편집인을 비롯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영화배우 박종훈씨가 만나 자유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홍세화 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 ⓒ뷰스앤뉴스


이 자리에서 홍 편집인은 “진보가 위기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보는 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었다”며 “어려운 길이기 때문에 진보가 가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진보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영복 교수는 “한국사회가 위기인가 과도기인가 그런 질문들을 많이 던지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시점도 과도기가 아닌 시점이 없었고 위기가 아닌 시점이 없었다”며 홍 편집인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앞으로 5년후 사회동력 어디서 끌어올지 의문"

그러나 신 교수는 현재 대학생들과 같은 젊은 세대가 품고있는 사고방식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진보의 위기를 빗댔다. 신 교수는 “과거 우리세대와 지금세대의 가장 큰 차이라면, 현재는 진보문제나 사회변혁문제나 우리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별로 고민을 안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 부재의 한 요인으로 자본주의의 포섭을 꼽았다. 그는 “자기가 얘기하면서도 말을 시작할 때 ‘나같은 경우는...’이라는 말을 쓰며 마치 자신을 타자화시킨다”면서 “그런 자신의 타자화 기저에는 현대자본주의가 포섭하는 막강한 ,상품적이고 문화적인 그런 포섭기제가 있다. 거기에 젊은 감성들이 그야말로 대책없이 포섭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 교수는 자본에 의한 의식의 포섭을 강조하며 “바로 지척에 세계사에 유례없는 그 뜨거웠던 민주화의 전통이 우리에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학은 마치 ‘완벽한 망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젊은 대학생들의 의식 부재를 우려했다. 그는 “이런 상태가 5년 더 지속되면 과연 사회 동력을 어디서 끌어올지 의문”이라고 거듭 젊은 세대의 의식 부재를 걱정했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뷰스앤뉴스


“뉴라이트? 제대로 된 보수가 있어야 ‘뉴’라는 말을 붙이지...”

최근 출현한 뉴라이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 홍세화 편집인은 “잘 모르겠다"며 "잘 모르겠다는 것은 과연 한국사회에 제대로 된 보수가 있어 왔는가하는 의문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홍구 교수의 말마따나 우리가 광복이후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반민족세력이 민족세력을 청산했다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뉴라이트가 보수우익이 나름대로 자리잡혀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면 잘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닌 상황에서 어떻게 ‘뉴’자를 붙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신영복 교수 또한 “뉴라이트는 정말 뉴라면 화살이 먼저 올 곳을 겨냥해야 진짜 ‘뉴’지, 옷만 바꿔입었다고 ‘뉴’는 아니다”라고 신보수주의 흐름을 평가했다.

특히 신 교수는 “내가 대학 2학년 때 4.19를 겪었는데 국가권력이 무너질수도 있다는 사실은 굉장한 충격이었다”며 “총탄이 이마를 뚫고 지나간 혁명, 그것이 4.19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교수는 “그러나 불과 1년만에 5.16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총탄은 이마를 뚫고 지나간 게 아니라 모자만 뚫고 지나갔을 뿐이었다’고 생각을 수정하게 되었다”면서 “그만큼 우리사회의 강건한 보수의 억압구조가 어느 정도인지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고 한국사회의 보수구조를 분석했다.

이 날 3인3색 대담에는 대학생들을 비롯 비교적 젊은 청중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뷰스앤뉴스


“조중동을 보수신문이라 부르는 것은 보수에 대한 모독”

이날 홍세화 편집인은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소위 조중동이라 불리는 신문에 대해 “앞으로는 조중동이 아니라 ‘몰상식 신문’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정도면 진보적인 신문이고 흔히 조중동이라고 말하면 보수신문이라 말하면서도 ‘보수’란 말에 걸려서 보수에 대한 능멸이되니까 저는 수구신문이라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구신문이라는 말, 그걸로도 부족하고 못마땅한 면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겨레는 비교적 ‘상식적 신문’이고 지금껏 흔히 보수라 참칭해 왔던 조중동은 ‘몰상식한 신문’으로 바꿔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성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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