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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도 하중근씨 죽음 덮을 건가”

인권단체, 인권위 늑장발표 질타

포항건설노조 고 하중근씨의 죽음과 관련, 진상조사에 나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 38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는 18일 서울 중구 무교동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중근씨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의 조속한 발표’를 촉구했다.

하씨는 지난 7월 16일 포항 형산강 로터리 집회 도중 경찰의 진압대열에 휩쓸려 쓰러진 채 발견된 이후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8월 1일 사망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자체 진상조사단이 3차례에 걸친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경찰폭력에 의한 죽음’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 6일 사건 관련기록 일체를 검찰에 송치했다.

인권단체 "하중근씨 죽음 진상규명,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건가"

당시 경북지방경찰청은 가족에게조차 부검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제한하는 등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한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후 공식입장을 일절 내지 않고있다.

인권단체연석회으는 18일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중근씨 사망과 관련한 조속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최병성 기자


연석회의는 “하중근씨가 지난 7월, 포항 집회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사망한지도 석달이 지났는데 인권옹호기관을 자처하는 인권위는 3개월이 지나도록 진상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발표를 늦추지 말라”고 요구했다.

연석회의는 “82일의 포항건설노조 투쟁과정에서 하중근씨 외에도 3백여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다”며 “포항에서 벌어진 이처럼 많은 공권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들에 인권위라면 마땅히 입을 열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궁현 건설연맹 위원장은 “노동자가 비참하게 맞아죽어도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 나라를 믿고 이 땅에서 살아가야하는지 안타까움이 앞선다”며 “인권위가 이렇게까지 조사결과 발표를 늦추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남 위원장은 “경찰의 폭력에 의한 사망이 명백한 사안의 발표를 미룬 상황에서 조사결과마저 사실과 다르게 나온다면 이는 그야말로 또 다른 공권력의 폭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 사태의 심각성 외면한 더딘 행보 이유가 뭐냐"

인권위는 하씨가 쓰러진 직후인 7월 17일과 사망 직후인 8월 3일 각각 인권단체의 진정서를 접수한 이후 현장조사와 관계자 대면조사를 8월 말 마무리하고 9월 25일 전원위원회에 이 사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이날 조영황 위원장이 돌연 사퇴를 표명해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10월 9일 재상정된 전원위원회에서는 ‘전용철.홍덕표 사건 때처럼 직접적인 증거나 증인이 없다’, ‘경찰 관계자의 최후 진술을 듣지 못했다’는 이유로 또 다시 의결을 연기했다.

인권단체들이 “사태의 심각성에 비추어볼 때 지나치게 더딘 행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지난 8월 9일, 포항건설노조 조합원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조사를 미루는 인권위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들어가려했지만 경찰의 봉쇄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최병성 기자


인권단체들은 또 '직접적인 증거나 증인이 없다'는 의결 연기사유에 대해서도 "이미 명백한 법의학적.정황 증거들이 있는데 폭행당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과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발표를 미루는 것은 편협한 수사기관의 '증거논리'만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매우 위험하고 본분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인권위, 편협한 수사기관 증거논리 강조, 본분에 맞지 않아"

실제 하중근씨 사망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거론되는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사망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 발표의 경우 조사 착수부터 결과 발표까지 한 달을 넘기지 않았다.

또한 당시에도 인권위는 경찰이 전용철씨를 직접 가격하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여의도 농민 집회 현장의 정황 증거와 법의학적 소견을 통해 '경찰 폭력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 내린 바 있어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손상열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시급한 조사결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의 진상규명 결과가 인권적 측면에서 경찰폭력을 제어하는 내용을 포함해야한다”며 “만일 내용없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결과를 발표한다면 인권단체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석회의는 지난해 농민 사망 당시 인권위의 권고에 대한 사후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전례를 거론하며 집회.시위 및 경찰 직무법과 관련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 상임위원들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고, 이와 관련해 건설연맹과 포항건설노조는 오는 20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와 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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