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조계종, MB정부와 '마애불 전쟁' 선포
"16일까지 마애불 은폐-훼손 시인 안하면 사법당국에 고발"
조계종은 더 나아가 오는 16일까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을 경우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경고, MB정부와의 '마애불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양상이다.
조계종은 이날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부장 효탄스님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당국이 보물급 문화재의 의도적 훼손 의혹을 방치하고 문화재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한편, 관련 사실조차 은폐하고 있다"며 "자체조사 결과, 의성군청은 이미 지난 8월 4일 마애부처님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여 현장 조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은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마애부처님이 훼손되었다. 게다가 10월에 발견한 것처럼 발표해 국민과 불교계 전체를 우롱했다"고 질타했다.
조계종은 이어 "지난해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 시 문화재청의 4대강 유역 문화재조사가 1~2%의 샘플조사만으로 이루어져 총체적으로 문화재조사가 부실하다는 한 국회의원의 지적이 있었듯이 4대강 공사 앞에 마애부처님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서글픈 현실 위에 우리 대한민국이 서 있다"며 정부를 거듭 비판했다.
조계종은 또 "발견 이후 관련학계는 마애부처님이 고려 전기 양식으로 매우 독특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조성된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했다"며 "그러나 최근 문화재청은 국가문화재급의 마애부처님을 지방문화재로 격을 낮춰 지정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4대강 사업을 원래대로 강행하려는 의도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조계종은 이어 '제2 마애불' 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지역 주민들이 현재 마애부처님과 근접하여 또 다른 마애부처님의 존재를 제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이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주민들에게 제2마애부처님 관련 증언을 차단하는 등 은폐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것은 고의로 문화재를 훼손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조계종은 결론적으로 "16일까지 납득할 만한 해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마애부처님 주변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보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낙단보 4대강 사업은 중단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낙단보 마애부처님 관련 대한불교조계종의 입장
- 관계기관의 훼손, 은폐, 축소를 규탄합니다
우리 종단은 지난해 12월 초 민족전통문화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원인으로 정부당국과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민족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런 우리종단의 입장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정부당국이 오히려 보물급 문화재의 의도적 훼손 의혹을 방치하고 문화재 보호 의무를 방기하는 한편, 관련 사실조차 은폐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종단은 이러한 정부와 관련기관의 행위를 종단차원에서 엄중히 규탄하고자 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종단이 조사한 낙단보 마애부처님과 관련한 현 상황을 알리고 향후 입장을 밝고자 합니다.
작년 10월, 4대강 사업구간인 낙동강 낙단보 건설현장에서 발견된 ‘낙단보 마애불’과 관련하여 사실 왜곡 및 은폐는 물론 공무원과 공사업체 관계자들의 불법행위 의혹이 있다는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종단 역시 관련 제보에 따라 지난 12월부터 낙단보 현장에 관련 직원들을 파견하여 주민 탐문 등 현장조사를 시행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1. 8월 인지하고 9월에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월에 발견한 것으로 발표하여 국민과 종교지도자 기만
낙단보 마애부처님 발견 이후 지난 10월 26일 우리종단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이때 4대강 경남지역 본부장과 문화재청 정책국장 등 관계자들은 “10월 6일 낮 12시 경 통합관리센터 부지 조성을 위해 암버럭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마애부처님을 발견하였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종단이 현장을 탐문한 결과 의성군청은 이미 지난 8월 4일 마애부처님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여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은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며, 공사를 강행하여 마애부처님이 훼손된 것입니다. 또한 9월경 공사현장에서 마애부처님이 발견되어 현장을 통제하였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이는 불교계와 한국종교계를 대표하는 총무원장스님께 허위사실을 보고하고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불교계 전체를 우롱한 것입니다.
2. 4대강 사업 강행에 따른 의도적인 훼손 의혹과 문화재청 보호 조치 전무
낙단보 마애부처님 발견과 관련하여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작년 10월 26일 현장을 방문하여 “부처님 훼손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원인과 경과를 밝히고 향후 보존대책 마련에 노력해 달라”며 “누구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조사결과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이후 마애불 훼손과 관련한 조사를 이행하지 않음은 물론, 구체적으로 그 어떠한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종단의 현장조사에 의하면 지역주민들 다수가 지난 80년 국도 공사 시 현재 발견된 마애부처님과 제2 마애부처님이 묻힌 것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어릴 적 기도의 장소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4일 주민의 제보에 의해 의성군청의 현장조사가 있었고 공사관계자들의 현장통제가 9월부터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애부처님이 2달이 경과한 10월에 훼손된 채 나두신 것은 매우 의문이며, 이에 대한 관련기관의 해명도 매우 궁색합니다.
4대강 사업을 위한 문화재조사의 총체적 부실이 금번 사건을 불러온 것입니다. 낙단보 마애부처님이 발견된 위치에 건립예정이던 통합관리센터의 위치 및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졸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난해 문화재청에 대한 국정감사 시 문화재청의 4대강 유역 문화재조사가 1~2%의 샘플조사만으로 이루어져 총체적으로 문화재조사가 부실하다는 한 국회의원의 지적이 있었듯이 4대강 공사 앞에 마애부처님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서글픈 현실 위에 우리 대한민국이 서 있습니다.
관계당국의 책임있는 해명을 요구함과 더불어 감사원 감사청구나 나아가 사법기관의 수사의뢰 등 진실규명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할 일입니다.
3. 4대강 공사 강행을 위해 마애부처님 지방문화재로 격하 움직임
발견 이후 관련학계는 마애부처님이 고려전기 양식으로 매우 독특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조성된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문화재청은 보존의 중요성을 간과한 채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우리 종단이 요청하여 문화재로 가지정됨에 따라 국가문화재급으로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문화재청은 국가문화재급의 마애부처님을 지방문화재로 격을 낮춰 지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가지정을 풀고 경상북도로 문화재 지정관련 사항을 이관한 것입니다. 이는 4대강 사업을 원래대로 강행하려는 의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습니다. 마애부처님이 보물급으로 지정된다면 바로 위에 건설예정인 낙단보 통합관리센터의 전면적인 위치조정과 설계 변경 및 국도 노선 변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낙단보 인근 공사의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4. 제2 마애부처님 관련 제보 및 보도 있었음에도 의도적 은폐
지역 주민들이 현재 마애부처님과 근접하여 또 다른 마애부처님의 존재를 제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관계 기관이 문화재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주민들에게 제2마애부처님 관련 증언을 차단하는 등 은폐행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고의로 문화재를 훼손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입니다. 우리 종단이 조사한 바로는 새로운 마애부처님은 1980년대 당시 상호가 크고 강직한 모습으로 하반신은 축대에 가려져 있는 규모가 큰 부처님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재 마애부처님 아래에도 축대가 발굴되었기 때문에 현 마애부처님과 동일한 축대와 연결되어 50m 이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1980년대 국도 포장 당시 국가는 이미 종교적 성보이면서 문화유산인 마애부처님을 철저하게 훼손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사실을 알고도 마애부처님을 발굴 조사하지 않고 은폐하는 만행을 또다시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우리종단은 오는 2월 16일까지 다음과 같은 요구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해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법기관에 고발 조치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종단 차원에서 성보를 보존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입니다.
첫째, 종단과 국민을 기만하고 문화유산을 훼손·은폐한 점에 대해 관계기관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여야 한다.
둘째, 마애부처님 발견과 훼손 등 일련의 과정과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하여야 한다.
셋째, 새롭게 제기된 제 2의 마애부처님에 대한 문화재 조사를 즉시 실시하고, 그 지역을 종합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넷째,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마애부처님 주변 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보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낙단보 4대강 사업은 중단하여야 한다.
불기2555(2011)년 2월 10일
대한불교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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