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언론의 'MB 뮤지컬' 침묵, 못 봐줄 수준"
"극소수 인터넷매체 제외하곤 비판적 시각 견지한 언론 없어"
언론노조는 10일 성명을 통해 우선 지난 주말 뮤지컬을 관람한 이 대통령에 대해 "이런 상황에 뮤지컬 관람이라니 어찌 국민의 대통령을 자처하겠는가"라고 질타했고, 뮤지컬 관람 사실을 최초로 트위터에 올린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트위터에 뮤지컬 관람 후기나 올리는 처신은 결국 국민이 안중에 없다는 웅변"이라고 꾸짖었다.
언론노조는 이어 화살을 언론으로 돌려 "8년 전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하던 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들고 일어났다"며 "언론 역시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을 질타했다. 보수 매체든, 진보 매체든, 그 보도 성향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우리는 당시 정치권의 공세에 과장된 측면이 있었고 일부 과도한 언론 보도가 없지 않았지만, 태풍이라는 재해 상황에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것은 잘못이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한다"며 8년전 언론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언론노조는 그러나 이번에는 한나라당이 침묵하고 있음을 힐난한 뒤, "언론의 침묵 또한 못 봐줄 수준"이라며 "극소수 인터넷 매체를 제외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언론이 없다. 비판은 고사하고 사실관계를 보도한 언론도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언로노조는 "분명히 잘못 되었다. 대통령도 잘못 되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도 잘못 되었고,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도 잘못 되었다. 더불어 이들을 감시, 견제해야 할 언론도 잘못 되었다"며 "우리는 이들의 총체적 잘못을 민주사회의 위기로 규정한다. 이들을 민주주의 퇴보의 주범으로 규정한다"고 호되게 꾸짖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성명]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과 언론의 침묵을 규탄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120만 마리의 소, 돼지가 도살 또는 생매장 되었고 수많은 공무원이 생명의 위협을 무릎 쓰고 방역 비상 근무를 하고 있는 국가 재앙 사태를 뒤로 한 채 어찌 한가로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가? 생매장된 소, 돼지는 축산 농가의 아들, 딸이다. 그들을 생매장 하여 흘러나오는 핏빛 침출수는 축산 농민들의 피눈물이다. 이런 상황에 뮤지컬 관람이라니 어찌 국민의 대통령을 자처하겠는가?
방역에 동원된 수만명의 공무원들은 40일 넘도록 혹한 속에 재앙과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순직하고 1명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또한 많은 공무원들이 가축들을 집단 도살하고 생매장 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방역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을 일선 공무원들이 떠안아 희생되고 있다. 생명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사투를 벌이게 지시한 이가 바로 대통령이다. 이런 마당에 대통령이 뮤지컬 관람이라니 어찌 행정 수반을 자처하겠는가?
대통령 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진의 경솔함과 안이함 역시 도를 넘었다.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트위터에 뮤지컬 관람 후기나 올리는 처신은 결국 국민이 안중에 없다는 웅변이다. 우리는 문화를 사랑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그러나 국민의 생존도 책임지지 못하는 대통령이 쫓는 문화는 책임 회피의 우상일 뿐이다.
8년 전 태풍 매미가 한반도에 상륙하던 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 자질을 의심했고 내각총사퇴가 마땅하다고도 했다. 결국 대통령이 사과를 해야 했다. 언론 역시 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을 질타했다. 보수 매체든, 진보 매체든, 그 보도 성향과 무관하게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우리는 당시 정치권의 공세에 과장된 측면이 있었고, 일부 과도한 언론 보도가 없지 않았지만, 태풍이라는 재해 상황에 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것은 잘못이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판단한다.
그로부터 8년...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정치권에서 잘못을 되풀이하였다.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그 죄질이 더욱 악화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8년 전 재해 속 뮤지컬 관람을 질타한 한나라당당이 배출한 대통령임에도 당시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 속에서 뮤지컬을 관람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입을 다물고 있다. 언론의 침묵 또한 못 봐줄 수준이다. 극소수 인터넷 매체를 제외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언론이 없다. 비판은 고사하고 사실관계를 보도한 언론도 손을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분명히 잘못 되었다. 대통령도 잘못 되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도 잘못 되었고,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도 잘못 되었다. 더불어 이들을 감시, 견제해야 할 언론도 잘못 되었다. 우리는 이들의 총체적 잘못을 민주사회의 위기로 규정한다. 이들을 민주주의 퇴보의 주범으로 규정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대통령의 눈을 흐려 재앙 시기 뮤지컬을 보게 한 책임자를 경질하라. 그리고 언론은 하루 속히 비판 기능을 회복하라.
2011년 1월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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