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복지 도시락 하나로 두세 끼 나눠먹어"
<현장> 한나라당 텃밭 '구미' 찾은 손학규, 박근혜 힐난
손 대표는 지난 3일 ‘100일 희망대장정’을 시작하면서 잠을 자는 곳이 대부분 마을회관이나 남의 가정집이기에 잠을 자기 전에는 간단히 양치질과 세수만을 하고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 그 지역 대중목욕탕을 찾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경북 구미시 금오사회복지관에서 최고위를 주재한 뒤, 복지관이 하루 한 번씩 지역에 홀로 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도시락 배달을 자청했다. 그는 도시락 스무 개 남짓을 직접 싸고 난 뒤, 설거지를 했다.
그는 설거지를 시작하면서 "하이타이가 어디 있지?"라고 말해 주변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에 한 봉사자가 "아이고, 미치겠네. 퐁퐁이겠죠"라고 말해 손 대표를 머쓱케 했다.
그는 이어 점심 직전인 오전 11시 50분께부터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해 봉고차에 오른 뒤, 5분 거리에 살고 있는 78세 독거노인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봉고차 안에서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천막은 천막대로 바람이 쌩쌩하고 천막이 펄럭펄럭 거리니 재밌고, 마을회관에서는 밤늦게까지 주민들과 얘기를 하니 좋다"고 말했다.
그는 30년간 혼자 살아온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해 어르신의 손을 꼭 잡으며 "어려운 점이 뭐가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보일러는 가스보일러인데 가스비가 한 달에 15만원이다. 올해는 너무 많이 나와 생활이 어려워 추운 날만 때고 평소 낮에는 못떼고 있다"고 답했다.
손 대표는 "하루에 한번만 나오는 이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시는 건가?"라고 묻자, 노인은 "그래도 복지관에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도시락을 가져오니 그것을 2끼로 나눠먹기도 하고, 3끼로 나눠먹기도 한다"고 답했다. 노인은 "두 달마다 동에서 20킬로그램짜리 쌀이 나온다. 모자라면 그것으로 밥을 해 먹는다"며 "한 달에 42만원이나 41만원이 나오는데 매달 (수령액이) 똑같지는 않다. 그걸로 물세, 전기세, 집세도 낸다"고 어려운 살림을 하소연했다.
노인은 떠나는 손 대표에게 연신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누추한 데 찾아주셔서 평생 잊지 못할 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고, 손 대표는 “나오시지 마시라”며 발길을 돌렸다.
손 대표는 이어 구미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시민 토론마당'을 열고 지역주민 30여명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이곳이 한나라당 텃밭인 점을 의식, "오면서 상당히 걱정을 했다. 장소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몇 분이나 오실 수 있을까 조그만 탁자에 서너 분 앉아서 간단히 인사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하고 왔다"며 "바로 이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지역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경북도에서 구미지역 학교급식 예산을 삭감한 것을 지적하며 “무상급식에서 보여주는 보편적 복지의 이념은 먹여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격적인 인간으로서 동등한 인격으로 대해준다는 것으로 보편적 복지의 최종적 목표라고 할 수 있다”며 “복지는 복지 주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주겠다, 풀겠다, 쓰겠다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만들겠다, 경제를 활성화,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없이는 책임 없는 복지이고 이뤄질 수 없는 복지고 곧바로 불신 받는 정당과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2시간여 진행된 토론회가 끝나자 곧장 구미역 광장으로 나가 4대강예산, 날치기예산 무효화 국민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서명에 동참한 한 40대 여성은 "저는 어쩌다보니 당비는 한나라당에 내고 있다"면서도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제가 마트를 하는데 가격이 매일 오르고 있다. 대형마트도 계속 들어오고, 정말 내년에는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서라도 바꿔야 한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은 "(현 정부가) 정말 실망스럽기 때문에 서명한다"고 말했고, 20대 여성은 "한나라당이 너무 자기들 이익만 생각하는 같다"며 "지역에 대해서도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서명에는 손 대표를 비롯, 김영춘 최고위원, 전혜숙 의원 등 민주당 지역 당직자들이 자리를 지켰으며 오후 5시경 시작해 30분도 채 안 돼 200명의 시민 서명을 받았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