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롯데마트, '5천원짜리 닭 판매' 중단
靑의 강도높은 질타에 백기항복, "미끼상품 아닌데" 불만도
롯데마트는 이날 '통 큰 치킨'의 판매를 오는 16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사전 확보해 놓았던 약 5만 마리 닭은 연말까지 각 점포 인근의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병룡 롯데마트 대표는 이날 제1차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밝힌 뒤 "'통큰치킨'은 사전 대량물량 기획과 기존 설비로 원가를 줄인 저마진 판매전략의 일환으로 속칭 '미끼 상품'과는 다르다"고 강변하면서도 "애초 생각과 달리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통큰치킨'의 판매중단을 교훈 삼아 가치 있고 품질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 이해와 용서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일 정진석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혹시 ‘통큰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큰 전략’은 아닐까”라고 미끼 상품 의혹을 제기하자, 즉각 노병룡 대표는 정 수석 휴대전화에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물가안정에 기여하고자 했을 뿐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에 역행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뒤 “당장 철회할 경우에 발생할 대(對)소비자 부담과 기타 부작용이 있고 해서 시간을 주면 잘 해결하겠다”며 며칠내 판매 중단을 시사했었다.
정진석 수석은 롯데마트 비판 글을 올린 뒤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도 이 사실을 보고했고 임 실장도 글의 내용에 공감을 표시하는 등 청와대는 롯데마트 행위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청와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현재 롯데건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으며 롯데그룹 오너들의 지분 이동에 대한 추가 세무조사도 거론되고 있는 삼엄한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결국 치킨 판매를 접기로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이날 판매중단을 발표하면서 정 수석의 '미끼상품' 의혹 제기 등에 정면 반박,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미묘한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음은 롯데마트 입장 전문.
롯데마트 '통큰 치킨' 판매중단 입장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사랑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롯데마트는 12월 16일부터‘통큰치킨’의 판매를 중단키로 했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용, 반영하는 차원의 결정이었습니다.
이달 9일부터 당사가 판매한 ‘통큰치킨’은 가치있고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해 서민에게 혜택을 주고 한편으론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대형마트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개발된 상품 중의 하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통큰치킨’에 대해 ‘미끼상품’이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만 단기간에 원가 이하로 판매해 고객을 유인하는 속칭 '미끼상품'과는 다릅니다. ‘통큰치킨’은 사전 대량 물량 기획과 기존 설비를 이용해 원가를 줄여 일년내내 판매하고자 한 저마진 판매전략의 일환이었습니다.
더구나, ‘통큰치킨’은 배달은 하지 않고, 방문고객에만 판매하며, 튀기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점별 하루 평균 300마리 밖에 팔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원하는 시간에 콜라, 치킨무, 할인쿠폰, 각종 소스 등을 함께 배달해주는 기존 치킨업소와는 분명 시장 차별적 요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건에서의 비교를 통해 주변 치킨가게에 영향을 준다는 비판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의 애초 생각과는 달리 주변 치킨가게의 존립에 영향을 준다는 일부 여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불가피하게 판매 중단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정과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책임이 큰 기업으로서 단 기간내 고객과의 약속을 번복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더욱 성장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난 10월, 배추 한포기에 15,000원이 넘던 ‘배추파동’ 때 가격 안정을 위해 업계 최초로 롯데마트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2,500원짜리 배추를 사기 위해 줄 서 계셨던 아주머니’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손주를 위해 오랜 시간 줄 서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사시고 즐거워 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도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큰치킨’의 판매중단을 교훈 삼아, 가치있고 품질 좋은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고객에게 혜택을 드리기 위한 ‘롯데마트의 상품혁명’이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공급을 위해 준비한 ‘통큰치킨’ 약 5만마리는 연말까지 각 점포 인근에 거주하는 불우이웃에 기부하겠습니다.
통큰치킨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사회적 갈등 등으로 인해 판매를 중단하게 된 것에 대해 고객 여러분의 이해와 용서를 부탁드립니다.
고객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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