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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비정규직을 양산할 약속어음”

[토론회] 노동계, 정치권의 4월 처리 방침에 반발

오는 4월 국회에서 입법될 가능성이 큰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정치권과 정부, 그리고 노동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3일 국회.노동부 및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비정규직 법안이 정치권 일정에 따라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의 최종입법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 2001년7월 민주노총을 제외한 노사정이 한 자리에 모여 비정규직 대책특위를 구성한 지 5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법안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이되 고용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정부여당과 ‘비정규직의 확대를 막기위한 엄격한 고용규칙을 제도화하자’는 노동계의 상반된 시각이 엇갈린 결과였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4월 총파업’ 강행을 선언하고 있지만 ,여당과 제1야당의 찬성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교섭을 통해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동계는 재교섭을 통해 노동계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원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시선은 이미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 요구안과 격차 큰 정부 비정규법직법안

정부와 정치권의 일정에 따르면 ▲기간제 2년 후 고용의제 및 해고제한 ▲차별시정 신청주체(노동자) ▲파견제 2년 및 불법파견 시 고용의무 등 노동계로부터 “비정규직 1천만시대를 열어갈 노동악법”이라는 비난을 받는 핵심조항이 2007년이면 노동현장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주장했던 ▲기간제 1년 후 고용의제 및 사용사유 제한 ▲차별시정 신청주체(입구제한) ▲파견제 폐지 혹은 불법파견 시 고용의제와는 간극이 크다.

이와 관련,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금속산업연맹)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비정규법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김기덕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원장이 발제를 맡아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에 관한 주요쟁점과 향후 문제점들을 지적했고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김인재 상지대 법학과 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조영선 변호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22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비정규법 토론회.ⓒ최병성


이날 토론회는 그동안 쟁점이 됐던 정부와 노동계의 핵심논제를 중심으로 입법 이후 예상이 가능한 문제점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로 나선 김기덕 원장은 우선 사용사유 제한 없이 기간직 사용을 2년까지 허용한 정부법안에 대해 “턱없이 낮은 노조 조직률, 비정규직을 제외시키는 기업별 단체협약, 정규직과의 현격한 근로격차를 보이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처한 열악한 현실을 직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즉 실직이 생존과 연결되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한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해고가 자유로운 사용기간을 줄이는 한편 엄격한 규제기준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법안은 아무런 제한 없이 2년 동안 자유롭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년 이내에 다른 노동자로 대체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령 고용한 노동자를 23월 동안 사용했을 경우, 무기계약으로 간주하고 반드시 고용해야하는 고용의제가 도입되기 직전 또 다른 기간제노동자로 대체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다. 노동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김원장은 차별시정 주체를 노조가 아닌 노동자로 규정한 법안에 대해서도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가 시정신청을 해도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이라는 절차가 종료되기전에 사업장에서의 근로관계가 종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근로관계 종료로 시정절차가 중단되는 경우가 빈발해 실효성없는 장식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 “차별시정은 적고 노동자 고용 불안정만 심각해질 것

김원장은 파견직 보호법의 핵심조항인 ‘불법파견 이후의 고용의무’ 도입에 대해 “정부안을 적용해 불법파견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것이 고용의무를 강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현행법인 고용의제보다 개정법의 고용의무가 파견직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2년을 초과한 파견노동자의 경우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해 고용의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개정법에서는 고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를 갖는 고용의무의 경우, 이를 어기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주가 직접고용보다 비용이 적은 과태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 실제 사업장에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현재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법안의 실효성 여부"라며 "여당은 법안 통과 이후 미칠 영향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전혀 하지 않고있다”고 밝혔다.

단의원은 “이대로 법이 적용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시정은 미약한 반면 고용의 불안정성은 심각하게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결국 이 법안은 액수도 정해지지 않은 약속어음을 던져준 뒤 우리 주머니의 현찰을 다 빼가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가능한 모든 방식들을 동원해 법안을 노동계의 요구안이 반영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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