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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X파일' 사태 확산, 국민들 격노

총리 "정권 재창출 위해 경제지표 속여"

지난 18일 시작된 헝가리 페렌츠 주르차니(45) 총리 사퇴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른바 '헝가리판 X파일' 사태의 확산이다.

헝가리, 총리사퇴 시위 연일 격화

이번 사퇴 시위의 시발점은 지난 17일 주르차니 총리가 그동안 해온 '대국민 거짓말'을 녹음한 테잎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부터다.

주르차니 총리는 지난 5월 비공개 당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에게 강도 높은 경제 개혁을 주문하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다 망쳤기 때문이다. 어떤 유럽국가도 우리처럼 멍청하진 않았다”며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거짓말만 했다”고 말했고, 누군가 이를 녹음했다가 인터넷에 공개했다.

당연히 18일 격노한 국민들이 들고 있어났고, 시위 이틀째인 19일에는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시민 1만 명이 헝가리 국영 방송국에 화염병을 던지며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CNN방송은 "시위대 중 일부가 사회당사로 몰려가 격렬하게 시위했으며 진압경찰과 물리적 마찰을 빚기도 했으며 이날 충돌로 1백5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위는 미슈콜츠, 베케슈처버, 니레지하저, 줄러 등 헝가리의 거의 모든 중소도시로까지 확대돼 수백 명의 시위대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독일 DPA통신은 "20일 낮에도 약 5천명의 시위대가 국회 앞에서 여전히 경찰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이날 저녁에는 시위대가 더욱 늘어 1만5천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확산되고 전했다.

헝가리에서 이같은 대규모 폭력시위가 발생한 것은 1980년 말 공산주의 정권 붕괴 이후 처음이다.

정권 재창출 위해 경제 지표 속여

2004년 집권한 좌파연정의 주르차니 총리는 그동안 4월 재선 승리를 위해 임금을 올리고 세금을 깎아주는 선심성 정책을 폈다. 공공부문의 높은 임금과 무상교육 등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예산의 50%가 들어갔다. 유럽연합 가입 뒤 헝가리 경제는 연평균 4%대의 성장률에 머물렀다.

그러나 급속한 재정적자 증가와 인플레이션 위협에 금리는 7.25%로 급등하면서 국민의 실질 소득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올해 헝가리 재정적자는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재정적자 기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3%의 3배를 초과하는 10.1%로 급증했다. 이에 주르차니 총리는 유엔연합 압력으로 세금과 공공요금 인상, 대학 학비와 의료비 유료화 및 공무원 감축을 골자로 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강력한 긴축재정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 과정에 주르차니 총리 자신이 공산정권 붕괴후 공공기관을 민영화 과정에서 이들의 자산을 헐값에 사들이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헝가리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무능한 데다가 부패하기까지 한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야당 총리 사퇴 강력 촉구

제1야당인 청년민주연맹(FIDESZ)의 오르반 빅토르 총재는 “사회당은 다음달 1일 지방선거에서 패한다면 주르차니 총리를 해임해야 할 것”이라며 총리사임을 강력히 주장했다. 라슬로 솔리옴 헝가리 대통령도 "주르차니 총리는 도덕적 위기를 초래했다"며 총리 사퇴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주르차니 총리는 자신의 녹음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헝가리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함과 개혁의 시급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는 궁색한 해명으로 일관하며 "우리가 할 일은 갈등을 해결하고 위기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태국에 이어 대만, 헝가리 등 지구촌 곳곳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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