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동아>의 위험한 '중국 때리기'
"중국은 망나니 북한 후견인", "중국, 한미와 대결하겠다는 거냐"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천안함 공조'에서 계속 엇박자만 낸다면 어쩔 수 없이 중국을 빼고라도 연합 해군력과 훈련 강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
앞의 것은 19일자 <동아일보> 사설의 한 대목이고, 뒤의 것은 같은 날 <조선일보> 사설의 한 대목이다. 마치 '중국과의 결별'조차도 개의치 않겠다는 식의 분위기까지 읽힌다.
<동아><조선>의 중국 맹비난
두 신문의 사설 제목도 <중국의 최대 목표는 親中북한정권 존속인가>(동아), <중국, 西海를 '한·미 對 북·중' 대결의 바다로 만들려나>(조선) 등 자못 공격적이다.
사설을 읽어보면 더 삼엄하다.
<동아일보>는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낸 점을 거론한 뒤, "중국이 천안함 사건의 진상 규명 및 가해자 문책보다 북한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사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북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핵개발을 계속한 것은 중국의 지원과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았다. 결국 중국이 망나니짓을 하는 북의 후견인 노릇을 했다고 할 수 있다"며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지원'하고 '비호'한 것처럼 원색적으로 매도하기까지 했다.
사설은 또한 "중국이 그동안 취한 태도를 보면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친중(親中) 북한 정권을 유지시키는 데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은 중국의 이런 속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을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도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함을 주장하며 "변수는 이번에도 북한의 후견국(後見國) 중국의 동향"이라며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감싸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사설은 더 나아가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천안함 공조'에서 계속 엇박자만 낸다면 어쩔 수 없이 중국을 빼고라도 연합 해군력과 훈련 강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며 독자적 한미 군사대응을 경고한 뒤, "그러면 '평화의 바다'였던 서해는 '긴장의 바다' '갈등의 바다'로 변해갈 것이다. 중국은 서해 바다에 '한미(韓美) 대 북중(北中)' 대결 구도를 다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 중국에 무엇이 이로울 게 있는가를 심사숙고하기 바란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상훈 편집국 부국장이 별도 칼럼을 통해 "백령도 바로 앞바다에서 우리 군함에 어뢰를 쏠 나라가 북한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당과 중국·러시아를 위시한 세계의 모든 나라가 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할 뿐"이라며 "북한이 어뢰를 쐈다는 것은 그 중국대사가 가장 잘 알 것이다. 어떤 나라는 그 명백한 진실을 인정할 경우에 유엔과 국제 정치 무대에서 닥칠 일들이 곤란해서 모른 척하고, 어느 정당은 선거에서 불리할까 봐 모른 척할 뿐이다. 이들은 김정일이 자백하기 전에는 결코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을 맹비난했다.
'마늘파동'의 악몽
이들 보수신문들은 천안함 사태후 일찌감치 북한소행으로 규정한 뒤 '경제손실'을 감수한 '대북 보복공격'도 불사해야 한다는 논조의 주장을 펴왔다. 그러던 차에 중국이 급제동을 걸고 나오니, 펄쩍 뛰는 것도 당연하다. 까짓 것, 중국 제치고 미국과 손잡고 강도높은 대북제재를 하자는 식이다.
중국 반응은 어떻게 반응할까. 1주일간 중국을 방문해 정부요직 인사들을 만나고 금주초 귀국한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18일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 택도 없다는 게 중국의 강고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을 비난하는 한국 정부나 언론에 대한 중국 반응과 관련해서도 "폭발 직전"이라고 전했다.
앞서도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여러 차례 한국정부와 <조중동> 등 한국 보수언론들의 발언을 상세히 전하며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은 역시 미국의 식민지"라는 등 극렬한 반한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한중수교 밀사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20년전에도 중국은 우리 보고 '좀 잘 산다고 으스대지 말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었다"며 "지금 세계경제대국이 돼 미국조차 눈치를 보는 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볼지는 불문가지"라 했다.
재계도 최근 고조되는 한-중 갈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2000년 '마늘파동'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마늘파동이란 중국마늘에 3억달러 관세를 부과했다가 중국이 곧바로 한국의 휴대폰 수입을 금지시키면서 업체에 50억달러의 피해를 주자, 정부가 6개월만에 백기항복을 하고 중국마늘 수입을 늘린 최악의 경제외교 실패를 가리킨다.
이명박 대통령도 촛불사태가 발발하면서 미국산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들끓자, 지난 2008년 6월19일 담화를 통해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는 없다"며 "국민 여러분도 2000년에 벌어진 마늘 파동을 기억하실 거다. 중국산 마늘이 대거 들어오면서 국산 마늘 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여론무마용으로 긴급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 휴대폰 수입을 중단시켰다. 결국 이 문제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며 마늘파동의 악몽을 거론한 바 있다.
물론 천안함 사태의 책임소재가 명백히 밝혀진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추궁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때도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냉엄한 현실'이 있다. 이 대통령도 그동안 수차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더 많다"며 중국과의 교역이 한국경제의 생명선임을 강조해왔다.
가뜩이나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으로 국내외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2년전 리먼브러더스 사태도 2008년 3월에 1차위기, 5월에 2차위기, 그리고 결국 7월에 3차위기가 터지면서 세계적 공황위기가 도래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도 1차위기 발발에 이어 지금 2차위기에 진입한 분위기다. 몇달뒤 어떤 가공스런 글로벌 위기가 도래할지 모르는 삼엄한 상황 전개다.
이런 와중에 중국과의 외교마찰이 경제마찰도 번진다면, 리먼브러더스 위기를 대중국 수출을 통해 간신히 극복했던 한국경제는 말 그대로 최악의 벼랑 끝에 몰릴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때까지만 그러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지금 터져 나오는 "망나니 북한의 후견인", "북핵 개발 지원과 비호", "중국과 한미간 대결", "긴장의 바다" 같은 보수신문들의 중국 비난 발언은 주워담기에 너무 나갔고, 원색적이다. '국익'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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