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받은 장애인, '실업자' 될 판
언론에 선전 다해놓고 중앙당-시도당 간에 책임 미뤄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과 구상찬 의원은 지난달 11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지방선거 전략공천 후보자로 체조선수 출신의 김소영(40.여)씨와 장애인 역도선수 출신인 한민수(40)씨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김씨는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훈련을 하던 중 이단평행봉에서 추락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한 씨는 올해 캐나다 밴쿠버 패럴림픽 아이스슬레지하키팀 주장으로서 한국 대표단의 기수를 맡았다.
정몽준 대표는 다음 날 두 사람을 최고위원회의로 불러 언론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두 사람을 영입한 남 위원장과 구 의원의 노고를 취하했다. 한나라당은 김 씨의 경우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1번, 한 씨는 강원도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각각 영입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당과 강원도당이 "언제 우리와 상의했느냐"며 발끈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의 공천은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당 공심위는 10일 논란 끝에 비례1 번을 주겠다던 김 씨를 비례대표 6번으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서울에서 57.2% 득표율을 기록해 비례 6석을 챙겼다. 그러나 싹쓸이하다시피한 지난 지방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 비례 6석 확보를 장담하기란 힘든 상황이다. 김씨는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사표까지 제출했다. 자칫하다간 실업자가 될 판.
한 씨 역시 주소이전을 기한내 하지 못했다는 석연찮은 이유로 공천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씨에 대한 전략공천을 두고서도 뒷말이 무성했다. 강원도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상의도 없이 중앙에서 내리꽂는 방식으로 공천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한 씨가 공천을 신청했다 해도 비례 1번에 내정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도장애인단체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가 밴쿠버장애인올림픽 선수 출신을 도내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했다"며 "이는 지역 정서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속상하고 아쉽다"면서도 "내 마음 같아서야 비례 1번을 주고 싶지만 인재영입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남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김소영씨는 당에서 책임질 것"이라며 "국회내 보좌진 얘기도 검토하고 있다. 구상찬 의원과 함께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동을 놓고 정몽준 대표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 대표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정 대표는 그 선수들을 불러다 언론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나보다"고 힐난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병국 사무총장으로부터 김 씨가 비례6번으로 결정됐다고 보고받았음에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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