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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英총리, 의원들 '선상반란'에 '백기항복'

블레어 "1년내 사임하겠다"에 미국 당황

집권여당인 노동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사임압력에 마침내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백기를 들었다. 늦어도 1년 이내에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그러나 정확한 시기는 밝히지 않아 즉각 사임을 요구하고 있는 일부 젊은 의원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블레어 "1년 이내 사퇴하겠다"

7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는 24∼28일, 맨체스터에서 열리는 전당대회가 마지막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며 "1년 이내에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당장 명확한 날짜를 밝히지 않겠다. (날짜를 밝히는 것은) 옳지 않는 것"이라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 나중에 사임날짜를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자신의 사임을 요구한 의원들에게 백기 항복했다. 그러나 구체적 시한은 밝히지 않아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


다수의 노동당 의원들과 정치 전문가들은 블레어총리가 내년 5월에 사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내년 5월이 블레어 총리가 지난 1997년 총리에 취임한 후 10년이 되는 때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이 블레어 총리 성명직후 노동당 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여론조사 결과, 59%의 의원들은 총리가 내년 5월 지방선거 이전 사임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38%는 올해 가을 안에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다수의 노동당 의원들은 블레어 총리가 빠른 시일 내에,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당수직을 넘겨주고 다음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임계획발표, 노동당 갈등 해소 여부 불투명

블레어 총리는 올해 초반부터 시련을 겪어왔다. 특히 올해 각료의 실책과 추문이 줄줄이 터진 데다 이라크 전쟁과 레바논 사태로 인해 블레어 총리의 외교정책의 한계가 노정됐다. 특히 '부시의 푸들'로 불리는 블레어총리의 미국 편향은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전문가들은 블레어 총리의 이번 성명이 노동당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사임 논란을 일단 잠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워윅 대학 정치학 교수인 위 그랜트 박사는 "아직 일부 의원들은 블레어 총리가 즉각 사임하기 바라고 있다"면서도 "따라서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급한 불은 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전날 8명의 젊은 의원들이 블레어 총리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며 당직을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한 데다가 차기 당수를 노리는 브라운 장관이 블레어 총리를 계속 압박할 가능성이 커, 블레어 총리의 사퇴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제레미 코빈 노동당 의원은 "총리가 날짜를 밝히길 원한다"며 보다 구체적인 사임 계획을 밝힐 것을 압박했고, 스티븐 파운드 의원은 "명확한 날짜를 밝히지 않으며 사임 논란을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메론 "현재 상황, 난잡스럽고 불만족스럽다"

한편 '따듯한 보수'를 표방하며 연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이비드 카메론 보수당 당수는 최근 노동당의 갈등을 "매우 난잡하고 불만족스럽다"고 일축했다. 그는 "오늘일로 불확실성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마비상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블레어 총리의 사임 계획 발표에 미 백악관은 강한 우려의 뜻을 밝혔다. 블레어 사퇴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친부시 정권'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니 스노우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블레어 총리는 미국에게 중요한 동맹"이라며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회적으로 영국 노동당의 '선상 반란'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임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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