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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10.29 전으로 집값이 폭락한다?"

<기고> 추병직 건교부장관께 드리는 글

추병직 건교부장관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값이 하향안정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기존정책을 확고하게 집행한다면 집값은 언젠가 10.29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그 시기에 대해서는 "정확한 예측은 못하겠지만 내년 하반기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젠 우리나라의 행정가도 정치가를 닮아가나 보다. 원인없는 결과가 없는 법인데,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 갑자기 2003년 10.29 수준으로 집값이 내려간다고 강변하니 그렇다.

말 따로 행동 따로

국민들에게 고등교육을 시키는 이유는 국민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평균적인 국민들보다 더 많은 고등교육을 받은 장관이란 위치에 있는 분께서 내년이면 2003년 수준으로 집값이 내려간다고 얘기하고 계신다. 정말로 절실히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장관자리로서의 ‘립서비스’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지금 팔고있는 판교의 분양가격은 평당 1천8백만원 정도이다. 토지공사나 주택공사라는 정부기업이 엄청난 폭리를 취한 결과 분양가격인 집값이 폭등한 마당에 내년 하반기면 2003년의 가격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하니, 그렇다면 2003년도의 평당 1천만원대로 가격을 낮추겠다는 얘기인가? 그렇다면 정부는 우선 판교 분양가부터 낮출 일이다.

최소한 공기업의 분양원가공개를 제대로 하고 합리적인 분양가로 국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주거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노력부터 보이면서 "10.29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라는 말을 해야 마땅하다. 정부기업이 돈만 벌기 위해 '바다이야기' 류의 주택정책을 쓰면서 '10.29 수준' 운운 하니, 국민들이 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것이다. 전형적인 견강부회(牽强附會)이자,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내년에 집값이 10.29대책 발표이전으로 폭락할 것이라고 호언한 추병직 건교부장관. ⓒ연합뉴스


실거래가 공개시 정부가 유의해야 할 점

말이 나온 김에 한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실거래가 공개시 개별 집값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층수까지 밝히기로 했다. 공개주기도 현 3개월 단위에서 매월로, 공개범위도 현재 5백가구 이상 단지에서 모든 아파트로 확대키로 했다. 더욱 구체적인 실거래 가격정보를 제공해 거래시장을 더욱 투명화하겠다는 것이다.

국회가 실거래가를 등기부등본에 등재하여 공개토록 하는 입법을 한 만큼, 정부도 국민들을 위해 실거래가를 일괄공개하는 대국민서비스를 해서 호가담합이 아닌 시장가격이 정해지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오랜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기에 한 민초로서는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관료들의 탁상행정을 오랜 세월 보아온 민초에겐 한가지 걱정이 있다. 아파트 실제 거래에서는, 눈에 확 띄게 수리하고 인테리어한 집은 같은 동(棟)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보다 수천만원에서 억대까지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그런데 이같이 특별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고 ‘얼마나 팔렸다’는 얘기만 회자돼 단지의 같은 평형 아파트가격이 폭등되는 사례들이 많았다.

여기에다가 아파트분양가격을 올려 더 높은 마진을 취하려는 분양시행 건설사들이, 주변 아파트시세 호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행위도 비일비재하다.

세부적인 실거래가를 공개하면 이런 행위가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거래된 가격이 공개되면 ‘봐라! 실제로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지 않았냐’는 업자들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시행건설사들로선 양도세 대상이 안되는 1가구1주택 아파트를 골라, 자신들이 의도하는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은 식은죽 먹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실거래가 신고를 받는 공무원들은 세금의 누수 및 탈세를 막기 위해 신고가격을 낮게 신고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에겐 '부풀린 가격'의 신고는 세금을 많이 걷는 효과가 있기에 애당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안이한 행정은 투기꾼들에게 또다른 '구멍'을 제공할 뿐이다. 정부는 예외적으로 갑자기 뛴 실거래가의 공개에 대해 최소한 ‘비고’난에 왜 예외적으로 뛴 것인지 그 이유를 적시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태용 부동산문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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