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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KTX 승무서비스 '불법파견' 사전에 알아"

노동부, 공사 질의에 '불법 파견'으로 회신했던 사실 드러나

철도공사(사장 이철)가 KTX 개통 전에 승무서비스를 도급 위탁하는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승무서비스 위탁을 강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있다. KTX승무지부는 5일 서울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 문서를 공개했다.

철도청, KTX 개통전 관련 업무 파견여부 노동부에 질의

이 날 KTX 여승무원들이 입수해 폭로한 문건은 지난 2003년 10월, 철도청(철도공사의 전신)이 KTX 개통직전에 KTX 내부 승무서비스를 위탁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내부문건.

이 문건에 따르면 새로 생길 KTX 여승무원 업무와 관련 "고속으로 운행하는 열차에 승무하여 여객의 문의에 응대하고 특실서비스 등 열차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로 관리자(역장, 팀장 등)의 지시.감독에 의해 업무를 수행함으로 도급위탁 곤란하나 특실서비스를 독립시킬 경우 가능하다"고 철도청 자체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나와있다.

특히 철도청은 이같은 내부 결정을 내리기 전인 2003년 9월 16일, 노동부에 승무서비스 위탁에 대한 불법파견성 여부를 질의했던 사실도 관련 문서에 기록돼 있었다.

철도공사의 전신인 철도청은 KTX 개통전 노동부에 질의한 결과 승무원서비스 전반을 위탁할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된다는 회신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뷰스앤뉴스


노동부는 철도청의 질의에 대해 같은 해 10월 8일 노동부 고관(관련 관청에 고하는 것) 68460-1091호로 "철도청에서 질의한 매표, 개.집표, 안내, 열차승무(KTX여승무원) 업무는 파견근로자 대상업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또 노동부는 "특히 철도의 안내업무를 용어상으로 대상업무로 간주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나 근로자 파견대상업무의 여행안내요원의 업무는 '관광 또는 유람하는 개인 및 단체를 수행하여 관심지점을 설명하며, 기타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말함으로 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고 명확히 철도청에 회신했다.

다만 노동부는 철도청에 보낸 회신에서 "철도청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외주(승무서비스 위탁)는 완전도급형태로 추진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는 "도급형태를 가장하여 추진하는 경우에는 파견근로자 관련법에 저촉된다"며 "그 실례로 부산지하철의 경우, 매표 등 역무업무를 도급형태로 외주를 시행하였으나 완전 도급형태를 위반함에 따라 노동부로부터 고발되었다"고 관련 사례를 소개하기도했다.

결론적으로 노동부는 철도청에 "도급으로 추진할 경우에는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이 가능한 업무에 한하여 추진하여야 할 것"이라고 회신을 보냈다. 당시 철도청에 회신을 보낸 노동부 이 모 사무관 역시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 않아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골자는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철도청 “KTX 여승무원 위탁은 곤란” 내부 결론에도 '위탁 강행'으로 돌변

철도청은 이같은 노동부 고관과 자체 판단을 종합한 후 당시 정용철 고속철도본부장 결재까지 맡아 2003년 10월 27일자로 ‘고속철도 운영인력 충원방안’이라는 철도청 공식 문서로 생산했다.

철도청이 새로 개통될 KTX 연계 업무와 관련해 내린 종합결론은 ▲매표(도급위탁 가능) ▲개집표(도급위탁곤란) ▲방송(도급위탁곤란) ▲종합안내(도급위탁곤란) ▲환경관리(도급위탁곤란) ▲역무전반(위탁할 경우 노조반발 예상) 등이었다.

결정적으로 KTX 여승무원과 관련해서는 “도급 위탁이 곤란하나 특실서비스업무를 독립시킬 경우 가능하다”고 철도청은 내부 결론을 지었다.

그럼에도 철도청은 2004년 4월 1일 KTX가 개통되자 내부 방침을 완전히 뒤집고 KTX 객실 업무 전체를 도급 위탁했다. 철도청 내부 방침으로 정한 ‘특실서비스 업무에 한해 위탁할 수 있다’는 사항도 완전히 뒤집었던 셈이다.

철도청 스스로가 이미 노동부에 KTX 여승무원을 외주 위탁할 경우 ‘불법 파견’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회신을 통해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철도청은 KTX 승무서비스 위탁을 강행, 여승무원들을 파견직인 비정규직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더욱이 철도청은 역무전반 업무와 관련해서도 처음에는 위탁을 검토했지만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슬그머니 위탁 검토를 백지화시켰다. 반면 새로 선발되는 여승무원들에 대해서는 불법인 점을 알면서도 위탁을 강행했던 것은 철도청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TX 승무지부는 지난 해 2월 서울 남부지방노동사무소에 KTX 승무서비스에 대한 파견법 위반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남부지방노동사무소는 같은 해 9월 ‘합법 파견’이라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노동부가 애초 철도청에 보냈던 회신 내용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 KTX 승무지부는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공사와 노동부의 이율배반적인 행정처리에 대하여 강력히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한다”고 노동부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했다.

다음 주 서울지방노동청의 KTX 승무서비스 불법파견성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번 문건 폭로는 노동부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듯하다. ⓒ뷰스앤뉴스


철도공사 “노동부 판정만 기다리면 된다. 할 말 없다”

한편 철도공사는 이번 문건 폭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도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건 노동부에 문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우리는 거기에 대해 답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직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왜 자꾸 문건같은 것을 내놓아 언론에 흘리느냐”며 “노동부 판정을 기다리면 된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날 철도청 내부 문건이 폭로됨에 따라 다음 주로 예정된 서울지방노동청의 KTX 승무서비스 불법파견 여부 결정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미 노동부에서 KTX 승무서비스 위탁을 불법파견으로 철도청에 통보했던 사실은 노동부의 진정 판정에 상담한 부담으로 작용할 듯하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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