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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베이징 대타협' 시도하나

김정일 방중 임박설, 힐 美차관보 5~11일 중국 장기체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가 5~11일까지 중국에 장기체류할 예정이어서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베이징(北京)에서 북-미가 직-간접적으로 북핵문제 타결을 위한 막판 외교 절충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 방중 임박설

<중앙일보>는 5일 베이징의 한 소식통이 "꾸준하게 방중설이 나돌던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가 신의주역에 계류 중"이라며 "이른 새벽에 압록강을 넘어 중국의 관문인 단둥(丹東)을 넘었던 전례에 비춰 보면 5일께 방중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또다른 소식통이 "북한의 호위총국(護衛總局) 소속 경호팀이 지난달 25일 베이징에 다녀간 사실이 포착됐다"고 말했다며, 지금까지 관행을 보면 김 위원장이 중.러를 방문할 때면 예외없이 경호팀이 10여 일 전에 현지를 미리 찾아가 경호 상황을 샅샅이 점검해 왔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 일행은 3일을 전후해 10여 일간 평안북도 일대를 방문 중"이라며 "이 기간에 중국과 방중 문제를 밀도 있게 협의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빠르면 지난주말 김정일 방중 가능성을 전했던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대표는 5일 "복수의 고급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1주일안에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1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연합뉴스


힐 차관보 5~11일 중국에 장기체류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6자회담 미국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가 5~11일 중국에 장기체류한다는 사실이다.

급작스레 한-중-일 순방에 나선 힐 차관보는 4일 일본에 도착해 일본 외무성측과 회담을 가진 뒤 5일부터 11일까지 중국에 체류한 뒤, 11일 한국을 거쳐 본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에 외교가 일각에서는 최근 방중설이 나도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같은 시기에 중국에 머무르며 북측과 직-간접적으로 북-미 접촉을 갖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두차례나 공식적으로 힐 차관보의 방북을 초청한 바 있으나 미국은 6자회담장 안에서만 만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해왔다. 따라서 중국이 이번에 김정일 방중과 힐 차관보 방중을 동시에 성사시켜, 북-미 직간접 대화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및 지하 핵실험 실험으로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북핵 문제의 극적 타개책을 모색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부시정부는 최근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지지율 급락과 이라크의 핵프로그램 추진 강행, 북한의 지하핵실험 추진 등의 악재가 맞물리면서 최악의 외교적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국제외교가에선 북한이 가까운 시일내 실제로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부시대통령의 공화당은 '외교 실패' 비난여론이 급등하면서 참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북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힐의 중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이 지난 7월5일 7발의 미사일을 연쇄 발사한 직후에도 힐 차관보는 베이징을 두 차례나 방문하며, 10일 평양에 들어간 6자회담 중국대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협상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이 북측 설득에 실패하자 힐 차관보는 강한 실망감을 표시하며 12일 미국으로 귀국했었다.

5~11일 중국에 장기체류하는 크리스토퍼 힐 미국무차관보. ⓒ연합뉴스


힐 차관보 "북한 핵실험, 용인할 수 없다"

한편 4일 일본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이날 밤 도쿄의 호텔에서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및 지하 핵실험 움직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함으로써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회담후 이들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과 관련, "국제사회가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즉각적 실험 중단을 촉구했다. 사사에 국장은 "일본과 미국이 협력하고 6자회담국들과 연대해 북한이 미사일 재발사와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 과정에 대단히 곤란한 시기를 맞고 있는 게 분명하다"며 "북한은 현시점에서 회담에 복귀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회담 복귀를 바라고 있으나 복귀를 시키기 위한 "새로운 제안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미 1년이 지난 지난해 9월의 합의만이 있을 뿐"이라며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북한이 건국기념일인 오는 9월9일 새로운 미사일 발사 시험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확인된 정보는 아무 것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의 지하 핵실험 움직임에 대해선 "명확한 정보는 아직 듣지 못했다"면서도 "솔직히 말해 북한은 가끔 동떨어진 생각과 판단을 내린다"고 말해,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이 현재 북한의 미사일 재발사 및 지하핵실험에 대해 내심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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