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국민투표? 드골 하야한 것 못봤냐"
'청와대 모험주의' 비판 봇물, '세종시 국민투표론' 난타
청와대의 국민투표론은 한나라당 친이직계마저 사전에 알지 못하던 내용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대표적 친이직계인 정두언 의원은 2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게 검토되면 우리들한테도 그게 알려져야 된다. 왜냐면 당하고 같이 그것을 움직여야 되니까"며 "그런데 전혀 그런 적이 없었고 또 내가 확인해보니까 그렇지가 않았다. 개인이 개인 의견을 얘기한 것으로 확인이 됐다"며 '중대결단' 발언이 이동관 수석의 사견임을 강조했다.
지난 대선때 BBK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친이 법률가 고승덕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론에 대해 "나는 굉장히 부정적"이라며 "우선 헌법의 요건이 명확치 않고, 가장 큰 문제는 옛날에 제 3공화국 시절과는 많이 다르다. 그 당시는 대통령이 긴급조치권이 있어서 법률을 대신할 수 있는 어떤 명령을 발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법률을 대신할 효력이 없다"며 국민투표론의 결정적인 법적 맹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되면 똑같은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 국회에서"라며 국민투표후에 또다시 국회에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함을 강조한 뒤, "한나라당에서는 친박 쪽에서 수정안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기에, 국민투표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치권에서는 아마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그렇다면 의미없는 것을 가지고 국가를 흔드는 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드골이 마치 국민투표가 어떻게 보면 신임투표로 연결이 되면서 하야를 했듯, 우리 이명박 대통령께서 경제나 외교, 너무나 일을 잘하고 계시는데, 이것 가지고 쓸 데 없는 어떻게 보면 그런 논란 가지고 심판을 받겠다 하실 필요가 없다고 본다. 너무나 위험하다"고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하야 예까지 거론하며 국민투표가 자칫 이 대통령 하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드골은 지난 1969년 4월 지방제도와 상원의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차명진, 공성진, 심재철 의원 등 당초부터 국민투표론을 주장했던 극소수 의원을 제외한 대다수 친이계 의원들도 청와대의 국민투표론에 대해 '모험주의적 발상'이라며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현재도 세종시 수정을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해 국민투표의 결과를 예상하기 힘든 마당에,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몰아붙일 경우 자칫 국민투표가 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이어질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아가 국민투표는 단순히 세종시 국민투표로 끝나지 않고 국민 다수의 반대속에 강행중인 4대강 사업이나 미디어법 등에 대한 국민투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운하반대교수모임은 이미 1일 세종시 국민투표에 맞서 4대강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친이계조차 질타하고 나서자, 이동관 수석은 2일 자신이 '청와대 핵심관계자'란 익명으로 말한 '중대결단'과 관련, "국민투표의 '국'자도 얘기한 적 없다. 얘기한 취지와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언론 탓을 한 뒤, "현재로서 국민투표를 검토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면 중대결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은 "국민투표론은 당초에 일부 이재오계가 들고 나온 것인데 이것이 청와대 일부 참모들에게까지 전파된 양상"이라며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어온 참모들이 초조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 대통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데 고무돼 그런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너무 모험주의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양상"이라고 꾸짖었다.
일각에서는 전날 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당초 참모들이 "최종결과 승복"이라는 박근혜 겨냥 발언을 삽입했다가 이 대통령이 막판에 이를 뺀 대목 등도 함께 거론하며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중대결단'이 이 수석의 사견인지, 아니면 이 대통령의 복심인지는 아직 확인할 길 없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친이조차 우려할 정도의 난기류임은 분명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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