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서울시장 출사표, "다시 들판에 서겠다"
<현장> 한명숙 출판기념회에 2천500여명 인산인해
한명숙 "역주행하는 민주주의에 절망할 권리도 없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자신의 생애 첫 저서 <부드러운 열정, 세상을 품다>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장에는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송영오, 국민참여당 이재정 대표 등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을 제외한 야당들 대표와 의원, 사회각계 인사, 지지자 등 2천500여명이 참석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한 전 총리와 함께 행사장에 입장, 한 전 총리를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밀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63국제회의장은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울분을 토하며 "행동하는 지성이 돼라"고 사자후를 토한 장소이자,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반노그룹의 후보단일화 반란을 질타하는 배우 문성근의 연설을 듣고 눈물을 흘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한 전 총리는 인사말을 통해 "올 겨울 정말 혹독하게 추웠고 눈도 많이 왔다"며 "이제 봄이 오는 모양이다. 여러분, 봄을 기다리는 사람 많다. 계절의 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민주주의의 봄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이명박 정권 2년을 질타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땅의 민주주의가 꺼져가는 촛불처럼 시련의 들판 한 가운데서 맨몸으로 서 있는 현실, 이것이 2010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라며 "사실 저는 두분의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좌절과 비애에 젖어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저도 제가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목하며 "짐을 내려놓으려는 나에게 경고 메시지 같았다. 신탁 같았다"며 "역주행하는 민주주의를 되돌리지 않을 때까지 절망할 권리도 없다는 것, 두 대통령의 뜻을 잇는 것이 수많은 사람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확실히 이번 시련도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이 함께 계시기 때문에 저를 다시 거친 들판에 세운다"며 "최전선에 우뚝 서겠다. 피하지 않겠다. 불의에 분노하는 모든 분들, 정의를 바로잡을 모든 분들과 같은 전선에 설 것이다. 한없이 영광"이라며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날 저서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충격의 여진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이번엔 노무현 정부의 총리였던 한명숙의 심장을 정조준한 독화살이 날아와 박혔다"며 "이제 이 일에 대응하는 것은 한명숙 개인의 일이 아니라, 우리가 쌓아올린 민주주의라는 고귀한 성채를 지켜내는 일이 되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한 전 총리의 떨리는 출사표에 청중은 우뢰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참여정부 인사 대거 운집. 유시민-노회찬은 불참
이날 사회를 본 문성근 씨는 "오늘 이 자리는 역사의 부름을 받아 김대중, 노무현의 뜻을 받드는 출정식"이라며 의의를 부여했다.
한 전 총리의 후원회장인 한승헌 변호사와 종교계를 대표해 이해동 목사, 김홍진 신부, 청화스님, 최성덕 교무, 정당을 대표해 정세균, 강기갑, 이재정 대표, 사회문화계를 대표해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대표, 시인 도종환 등이 축사를 했다.
이밖에 정연주 전 KBS사장, 이백만,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이기명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 강금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장, 김우식 전 비서실장, 선진규 정토원장, 김병준 전 정책실장,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정찬용 전 인사수석, 조기숙, 윤승용 전 홍보수석,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정동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빠짐없이 대거 참여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중인 유시민 전 장관과 이미 출마선언을 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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